해병대 수사단, 경찰에 사건 회수 관련 ‘항의’
김정민 변호사 “통화 내용 착잡해…회수 과정 매우 위법”
경북청 “회수 관련 ‘윗선 결정 기다린다’고 한 적 없어”
국방부 검찰단이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된 박정훈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2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북경찰청 관계자와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의 지난달 3일 통화 녹취 파일을 갖고 있다며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을 회수한 과정이 “매우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통화 기록은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기록을 회수한 것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가 경북경찰청 관계자에게 항의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일 해병대 수사단이 지난달 사건을 이첩한 뒤 같은 날 늦은 오후 국방부가 회수했고 이튿날인 지난달 3일 이뤄진 통화라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김 변호사는 “2일에는 (수사단 관계자가) 어떻게 돼가고 있냐고 묻자 (경찰 관계자가) 우리도 윗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통화를 했다”며 “다음날 경북경찰청에서 전화가 와서 (사건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에) 뺏겼다고 얘기를 한 것이고 수사단 관계자가 매우 격앙돼서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넘긴 자료인데 이래도 되는 거냐(는 말을 한 것)”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항의하는 수사단 관계자에게 경북경찰청 관계자가 자신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이첩 기록이 넘어간 다음에 다시 뺏기는 과정에서 윗선이 개입한 정황”이라고 했다.
경북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윗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언급을 한 적이 없고 국방부의 사건 회수와 관련해 사건 기록을 ‘뺏겼다’라는 표현을 쓴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현은 국방부의 사건 회수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해병대 수사단이 항명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통화) 내용 전체를 들어보면 참 착잡하다. 군 수사기관과 경찰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서 서로 괴로워한다는 것이 너무 웃기지 않나”라며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을 회수한) 과정이 매우 위법하다. 이첩 기록이 탈취되는 과정이 얼마나 황당했는지가 다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군인권센터가 전날(24일) 공개한 김계환 사령관과 해병대 수사단 중앙수사대장의 지난달 2일 밤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중수대장은 “국방부에서 만약에 그 기록을 가져가는 순간 아마 자기들 다 발목 잡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사령관은 “어떻게 됐든 간에 우리는 지금까지 거짓없이 했으니까 됐어. 벌어진 건 벌어진 거고, 뭐 어떻게 보면 무거운 짐 다 지고 가지”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 언급하며 “지금 발목 잡는 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이첩 기록 회수 사실) 자체가 범죄다. 그 범죄가 결국 외압의 실체를 가리키고 있다”며 “경북경찰청도 응분의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소상히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을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중인 국방부 검찰단이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은 변사 기록을 전부 (경찰에) 넘겼던데 과거 해병대 제2광역수사대에서 처리한 다른 사건을 보면 변사 기록을 추려서 보냈더라’며 그 차이점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의 항명 사건 수사에서 검찰단장의 직무 배제를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하는 내용의 수사지휘요청서를 이날 국방부 종합민원실에 제출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항명’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중이며 변호인이 주장하는 별건 수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