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초 넘기고 정정된 장준의 3점…금메달까지 안겼다

항저우 | 황민국 기자
장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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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이 늘어지는 판독 시간은 야속하기만 했다.

경기 종료 4초를 남기고 멈춘 전광판 스코어는 1-4 열세. 비디오 판독으로 뒤집히면 바로 역전승도 노려볼 수 있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심판만 바라보던 선수가 한국어로 선언된 “3점” 소리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국 태권도 겨루기 선봉장으로 불리던 장준(23·한국가스공사)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장준은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남자 58㎏급 결승전에서 이란의 마흐디 하지모사에이나포티를 라운드 점수 2-0(5-4 4-4)으로 눌렀다.

국제태권도연맹(WT) 랭킹 1위 장준은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전날 품새에서 2개의 금메달을 챙긴 한국은 장준이 첫 물꼬를 연 겨루기에서도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장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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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준의 승리는 고비마다 빛난 비디오 판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장준이 상대와 1-1로 맞선 1분 10초경 코칭스태프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 3점을 되찾은 것이 시작이었다. 직전 상황에서 장준이 상대의 머리를 발차기로 가격했는데도, 인정받지 못한 것을 바로 잡았다. 4-1로 앞선 장준은 몸통 공격으로 1점을 추가하면서 5-4로 1라운드를 가져갔다.

2라운드 비디오 판독은 더욱 극적이었다. 장준이 1분 56초경 1-4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요청한 비디오 판독이 4-4 동점을 만들었다.

역시 발차기 공격을 인정해달라는 장준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2라운드 패배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 비디오 판독까지 웃은 장준은 쏜살같이 지나간 4초 만에 끝난 2라운드에서 공격으로 얻은 점수(3점)가 상대(2점)보다 많아 금메달까지 확정지을 수 있었다.

장준도 적재적소에 빛난 비디오 판독 결과에 만족했다. 그는 결승전 직후 기자와 만나 “처음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 기분이 좋다”면서 “1라운드에선 심판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을 때 엉뚱한 장면을 보고 있어 걱정했는데 3점을 인정받아 승리했다. 2회전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3점을 인정받았다”고 활짝 웃었다.

[스경현장]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장준 “우승해 기분이 좋아요”

장준 | 황민국 기자

장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자신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그는 홍성고 재학 시절부터 세계 최고의 자리를 넘보던 혜성이었다.

2018년 11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시작으로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함께 세 차례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정상 등극의 기쁨을 누렸다. 세계랭킹 1위 그리고 2019년 올해의 남자 선수도 그의 몫이었다.

장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첫 출전이었던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아닌 동메달에 그친 것이 대표적이다. 아시안게임 직전이었던 파리 그랑프리에서도 메달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반등해 내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장준은 “내 뒤를 쫓아오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 선수들을 잘 분석하면서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겠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이겨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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