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 한 화폭 위에 채운 세상...한국현대미술의 장르가 된 ‘장욱진’

김찬호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경 / 한수빈 기자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경 / 한수빈 기자

[주간경향] 손바닥만 한 화폭 위에 채운 것은 그가 바라본 세상의 전부였다. 단순히 작고, 예쁜 그림의 화가로만 수식하는 것은 그가 그려낸 세상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과도 같다. “참된 것을 위해 뼈를 깎는 듯한 소모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고백대로 그가 그려 낸 세상은 크고 또 치열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재주’(미술)를 넘어 그림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장욱진(1917~1990)이 세상을 떠난 지 33년 만에 작품들과 함께 오롯이 되살아났다.

한국 서양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장욱진 회고전>이 지난 9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문을 열었다.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 등과 함께 2세대 서양화가로 꼽히는 장욱진은 한국적 모더니즘의 기원을 연 화가로도 불린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화가들은 이미 탄생 100주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전시회를 열고 각자의 작품세계를 총정리했다. <장욱진 회고전>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열리고 있지만, 이 때문에 한국 서양화 2세대의 작품세계를 정리하는 마지막 전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세대가 쌓은 업적을 딛고 비로소 다음 세계로 온전히 나아갈 수 있게끔 새로운 문을 여는 전시라는 뜻이다.

지난 9월 19일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모습/한수빈 기자

지난 9월 19일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모습/한수빈 기자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 270여 점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 60년 만에 돌아온 ‘가족’과 청년 시기 작품 등을 최초로 공개한다. 여러 의미를 담은 전시인 만큼 지난 9월 19일 찾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 미술사를 수놓은 거장의 인생을 본다는 생각이면 충분하다. 전시를 본 후 남은 것이 ‘화가 장욱진’이 아닌 ‘인간 장욱진’이어도 틀린 감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장욱진은 무엇을 그렸나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회고전답게’ 장욱진의 삶과 작품 전반을 폭넓게 아우른다. 일반적으로 미술품 전시는 작품세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마저도 대부분 작가의 최전성기만 조명한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작품이 정점에 오르는 과정을 지켜볼 수 없다. 마치 작가를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처럼 보이게 하는 이러한 방식의 전시는 감상도 천재들의 영역인 것처럼 진입장벽을 높인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천재 장욱진’을 조명하지 않는다. 그의 그림, 글 등을 통해 ‘인간 장욱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기획자는 각종 장치를 전시장 곳곳에 마련했다.

전시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전시 제목이 적힌 벽. ‘가장 진지한 고백’의 영어 표현을 ‘The Most ‘Honest’ Confession’으로 한 것이 눈길을 끈다. / 김찬호 기자

전시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전시 제목이 적힌 벽. ‘가장 진지한 고백’의 영어 표현을 ‘The Most ‘Honest’ Confession’으로 한 것이 눈길을 끈다. / 김찬호 기자

먼저 전시장 초입에 들어서면, 전시 제목 ‘가장 진지한 고백’이 적힌 하얀 벽을 만날 수 있다. 이를 중심으로 양옆에도 벽을 설치해놨다. 멀리서 보면 마치 책을 펼쳐놓은 듯한 형태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회고록을 읽는 것처럼 편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한 연출이다. ‘가장 진지한 고백’이라는 제목은 그의 말에서 따왔다. “그림처럼 정확한 나의 분신은 없다. 난 나의 그림에 나를 ‘고백’하고 나를 녹여서 넣는다”는 장욱진의 고백이 그대로 제목이 됐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가장 진지한 고백’의 영어 표현으로 ‘The Most ‘Honest’ Confession’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진지한’을 의미하는 ‘Serious’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조치다. 평소 장욱진은 “나는 앞과 뒤가 같은 단순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런 그의 ‘진지한’ 고백은 곧 ‘진솔한’ 고백과도 같다. 이를 한글, 영어 제목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장욱진이 양정고보 5학년 시절인 1938년 그린 ‘공기놀이’ / 한수빈 기자

장욱진이 양정고보 5학년 시절인 1938년 그린 ‘공기놀이’ / 한수빈 기자

전시에서 일대기적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1부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시간순으로 배치했다. 기존 장욱진 전시가 이른바 ‘덕소 시절’을 시작한 1960년대 이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뒤집었다. 장욱진 관련 전시를 명륜동, 수안보, 용인 시절 등으로 쪼개서 감상했다면 바로 이러한 아틀리에(화방) 구분법에 따라 감상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해당 구분법에 충실할 경우 비게 되는 1917~1960년까지의 시기를 채워넣었다. 특히 그의 청년기 시절인 2030시기 작품이 함께 공개돼 눈길을 끈다. 1938년 양정고보 5학년 시절에 그린 작품 ‘공기놀이’와 1939년 그린 ‘소녀’가 대표적이다. 1938년 동아일보가 주최한 ‘제7회 전조선남녀학생작품전’에서 수상한 ‘정물’, 1940년 ‘제19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소녀’ 등도 발굴해 공개했다. 이 시기 작품 중 백미는 1951년 그가 34세에 그린 ‘자화상’이다. 전시 소개에도 사용된 그의 대표작이다.

장욱진이 한국전쟁 시기였던 1951년 고향인 충남 연기군에 잠시 머물며 그린 ‘자화상’(왼쪽). 관람객이 함께 촬영된 사진과 대비해 보면 그림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찬호 기자

장욱진이 한국전쟁 시기였던 1951년 고향인 충남 연기군에 잠시 머물며 그린 ‘자화상’(왼쪽). 관람객이 함께 촬영된 사진과 대비해 보면 그림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찬호 기자

청장년기 시절인 40대를 대표하는 작품은 ‘나무와 새’다. 전시 포스터에도 나와 있는 그 작품이다. 해당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이 바로 잡혔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958년 2월, 미국 뉴욕 월드하우스갤러리에서 진행한 <한국현대회화전>에 출품된 작품이다. 당시 조지아대에서 동양미술을 강의하던 엘렌 프세티 코넌트가 직접 내한해 뉴욕에서 전시할 작품들을 선정했는데. 이 작품이 뽑혔다. 그런데 장욱진의 작품이 2~3개 전시됐다고 국내외에 잘못 알려지면서 어떤 작품이 전시됐냐를 두고 작은 논란이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 뉴욕에서 전시한 작품은 ‘나무와 새’ 단 한 작품이었음을 자료를 통해 밝혀냈다. 예술적 가치가 높던 작품이 유일성이라는 독보적 의미까지 더하게 된 셈이다.

미국 뉴욕 월드하우스갤러리에서 진행한 <한국현대회화전>에 출품된 ‘나무와 새’ / 김찬호 기자

미국 뉴욕 월드하우스갤러리에서 진행한 <한국현대회화전>에 출품된 ‘나무와 새’ / 김찬호 기자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고뇌를 엿보게 하는 작품이 나온다. 단순한 형태로 그려진 그의 작품 속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덕소풍경’과 ‘눈’이다. 실제로 장욱진은 그 시대에 유행했던 ‘순수 추상’에 2년여간 몰두한 적이 있다. 이는 장욱진이 구축해낸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닌 숱한 시도와 노력 끝에 도달한 것임을 알게 한다. 1963년 덕소 화실에서 탄생한 ‘반월·목’은 나무 목자를 추상화한 작품으로 이런 시도의 결과를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1963년 나무 목자를 추상화해 그린 ‘반월·목’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63년 나무 목자를 추상화해 그린 ‘반월·목’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부에서 빼놓지 말고 감상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전시실 안에 또 다른 전시실을 설치했다. 그의 명륜동 화실과 똑같이 연출하기 위함이다. 의도적으로 층고가 낮고, 좁게 공간을 만든 다음, 장욱진이 1975년 명륜동 화실에서 찍은 사진 속 배경에 나온 작품들을 그 배치 그대로 전시했다. 좁은 화실과 이젤(그림판을 놓는 틀)을 사용하기보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습관은 그가 왜 손바닥만 한 그림을 즐겨 그렸는지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 명륜동 화실을 재현한 좁은 전시실에서 손바닥만 한 그림을 보면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장욱진이 1975년 명륜동 화실에서 찍은 사진 속 배경에 나온 작품들을 그 배치 그대로 전시한 모습 / 김찬호 기자

장욱진이 1975년 명륜동 화실에서 찍은 사진 속 배경에 나온 작품들을 그 배치 그대로 전시한 모습 / 김찬호 기자

전시 1부가 연대기적 구성을 따랐다면 2부 ‘발상과 방법: 하나 속에 전체가 있다’는 그가 평생 다룬 소재 ‘까치’, ‘해와 달’, ‘나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특히 초입에는 까치와 나무를 그린 그림 3점이 나란히 전시돼 있는데, 그 형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욱진은 평생 10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음에도 소재는 까치, 나무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제한됐다. 이는 같은 소재를 끊임없이 변형하고,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 이뤄낸 결과다. 2부 초입에 걸린 그림 세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첫 번째 작품은 1958년 그린 ‘까치’다. 화면을 가득 채운 둥근 형상의 나무 속에 까치가 있다. 오른쪽 측면에는 푸른 달도 걸려 있다. 이 그림은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고 긁어내는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이 긁어내는 작업이 마치 까치가 울어대는 소리를 연상케 해 ‘청각의 시각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로 옆에 걸린 작품은 1961년 그린 ‘새와 나무’다. 별칭 ‘야조도’로도 알려져 있다. 해당 작품은 김원룡 서울대 고고미술학과 교수가 당시 한 달 월급이었던 2만환을 봉투째로 놓고 구입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새를 본질만 남긴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 것에서 첫 번째 작품과 차이를 보인다. 마지막 작품 역시 1961년 그린 ‘나무와 까치’다. 나무를 기호화한 상형문자 형태로 표현하고, 그 위에 까치를 그렸다. 화풍이 표현주의에서 기호주의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세 작품은 모두 까치와 나무를 소재로 하지만, 결코 같은 그림처럼 보이지 않는다.

까치와 나무를 그렸지만 모두 다른 형태로 표현된 그림 세 점. 왼쪽부터 1958년 작품 ‘까치’, 1961년 작품 ‘새와 나무’. 1961년 작품 ‘나무와 까치’ / 김찬호 기자

까치와 나무를 그렸지만 모두 다른 형태로 표현된 그림 세 점. 왼쪽부터 1958년 작품 ‘까치’, 1961년 작품 ‘새와 나무’. 1961년 작품 ‘나무와 까치’ / 김찬호 기자

장욱진이 구축한 독창적 세계

전시 2부가 제한된 소재의 끊임없는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면 3부 ‘진진묘’는 그의 정신세계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3부 제목이면서 동시에 전시실 가장 초입에 전시된 작품이 1970년 탄생한 ‘진진묘’다. 사실, 진진묘는 장욱진의 부인 이순경 여사의 법명이다. 이 그림은 어느 날 새벽 명륜동 집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는 이 여사를 본 장욱진이 화상을 떠올리고, 덕소 화실로 내려가 일주일을 매진해 탄생시킨 그림이다. 완성된 그림을 이 여사에게 건네고 장욱진은 한동안 심하게 앓았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온 열의를 쏟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장욱진의 첫 불교 관련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그림 세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족에게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어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3부에는 60여 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1955년 작품 ‘가족’이 전시돼 있다(관련한 상세 스토리는 다음 장의 배원정 학예연구사 특별기고 참고).

1970년 작품 ‘진진묘’. 어느날 새벽 명륜동 집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는 부인 이순경 여사를 본 장욱진이 화상을 떠올려 탄생한 작품/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70년 작품 ‘진진묘’. 어느날 새벽 명륜동 집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는 부인 이순경 여사를 본 장욱진이 화상을 떠올려 탄생한 작품/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마지막 4부 ‘내 마음으로서 그리는 그림’은 장욱진의 그림 세계가 완전히 구축된 노년기의 작품을 보여준다. 전시를 통해 장욱진 작품의 특징만큼은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장욱진을 수식하는 ‘한국적 모더니즘’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도록 작품을 선별했다. 장욱진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다. 하지만 4부에 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마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캔버스 위 유화가 마치 화선지 위 먹그림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대기 원근법’(색상 표현을 통해 원근감을 드러내는 서양화 기법)을 사용해 서양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양과 동양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4부 전시장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까치, 나무 등을 소재로 한 수묵화 느낌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왼편에는 민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 산, 물고기 등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있다. 전통 회화에서 볼 수 있던 방식 그대로 그려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동·서양화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장욱진의 노년기 작품들/ 한수빈 기자

동·서양화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장욱진의 노년기 작품들/ 한수빈 기자

총 4부로 구성된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그림이 진화하는 방향을 알 수 있다. 서양화가로 출발한 장욱진은 동·서양화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구축했다. 다수 화가에게 붙는 ‘한국적 모더니즘’이라는 말은 오히려 그를 담아내기 어려운 수식어일지도 모른다.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장욱진이 곧 장르”라고 답했다. 한국 현대 미술은 그를 통해 또 하나의 장르를 갖게 된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추석 연휴기간(9월 28일~10월 3일) 정상 개관한다.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덕수궁 입장권과 전시 입장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데 각각 1000원, 2000원이다.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을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가 추천하는 작품들

손바닥만 한 화폭 위에 채운 세상...한국현대미술의 장르가 된 ‘장욱진’

<‘독’, 1949년 작>

1949년 11월 <제2회 신사실파 동인전> 출품 작품. 커다란 장독을 화면 가득히 채운 독특한 형태다. 하나의 대상을 극대화해 화면 전체에 그려 넣고 주변 빈 공간을 나머지 사물들로 채우는 장욱진의 ‘중핵 구도’를 최초로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손바닥만 한 화폭 위에 채운 세상...한국현대미술의 장르가 된 ‘장욱진’

<‘나무와 가족’, 1982년 작>

화면 중앙 언덕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 아빠, 엄마, 아들로 보이는 가족 3명을 그려 넣은 산수인물도. 나무 둥치와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나뭇가지는 먹이 아닌 물감에 테레핀유를 많이 섞어 농도를 묽게 해 표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긴 독특한 번짐과 얼룩이 그대로 말라 나무 형상이 됐다.

손바닥만 한 화폭 위에 채운 세상...한국현대미술의 장르가 된 ‘장욱진’

<‘밤과 노인’, 1990년 작>

장욱진이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그린작품. 왼쪽 상단에 흰 도포를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노인이 있는데 이는 장욱진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화면 오른쪽으로 화가가 사랑했던 집, 까치, 나무, 아이가 있다. 노인의 표정은 세속에 초탈한 듯하고 만사를 관조하는 모습이다.

손바닥만 한 화폭 위에 채운 세상...한국현대미술의 장르가 된 ‘장욱진’

<‘까치와 마을’, 1990년 작>

장욱진의 마지막 유화 작품. 나무를 비롯한 형태의 윤곽이 흐트러져 있고, 유화 물감의 번짐 효과가 화면 전체에 부드럽게 펼쳐진 작품이다. 나무 위 까치는 땅에 떨어진 해, 달의 모습과 대비돼 하늘로 향하는 화가의 심상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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