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없었다”던 유인촌, 국정원 직보받은 정황 나와

강은 기자

검찰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기록에 관련 문건들 다수 포함
MB 정부 시절 ‘종북 예술인’ 무력화해야 한다는 내용 담겨
“장관 비서에 직접 전달” 진술도…‘유인촌 문체부’에 보낸 듯

“블랙리스트 없었다”던 유인촌, 국정원 직보받은 정황 나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2010년 이명박(MB) 정부 문체부 장관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종북 예술인’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직보받은 정황이 과거 검찰 수사기록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 후보자는 MB 정부 청와대가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과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82인 명단)’ 등 다수의 문건이 꾸준히 공개됐는데도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4일 입수한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검찰 수사기록(2017~2018년)을 살펴보면, 서울중앙지검은 MB 정부 국정원이 ‘유인촌 문체부’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예술계 종북 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을 확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수사기록상 생산 날짜가 적시돼 있지 않은 이 문건은 유 후보자가 장관일 때인 2010년 하반기 국정원 국익전략실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작성한 문건이다. 유 후보자는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3년간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해당 문건은 MB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제압’ 계획이 담겨 있다. 문건 상단에는 “최근 연예계·문화예술계 종북 인물들이 2012년 정치일정(대선)을 겨냥, 세 결집을 꾀하면서 정부 비판 활동을 획책하고 있어 면밀 대처 필요”라고 적혀 있다. 문건에는 문성근·윤도현·명계남·이외수 등 일부 문화예술인을 언급하면서 “정권교체를 내세우며 야권통합, 정권 비난 선동 노골화”라고 적시됐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문체부 장관이던 2010년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예술계 종북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문체부 장관이던 2010년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예술계 종북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

문체부 역할에 대한 제언도 있다. 문건에는 “예술계 종북 인물들의 반정부 활동 방치 시 사회 전반의 좌경화 등 심대한 악영향이 우려되므로 선제적이고 치밀한 대처로 제압”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어 “문화부는 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민예총(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내 온건 좌파 인물에 대해서는 끌어안기 등 순화 방안 강구” “포용 가능한 종북 예술인들을 선별, 정부 지원사업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전략적 우군화 추진”이라고 쓰여 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이 해당 문건을 문체부 장관에게 직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기록을 보면, 검찰은 2010년 7월부터 12월까지 국정원 국익전략실 사회팀 문화체육예술분석관으로 근무한 A씨에게 이 문건 상단에 ‘제한, 대외기관 중요보고에 반영예정’이라고 표시된 것에 대해 “어떤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A씨는 “제한은 좀 민감한 내용이 담긴 경우로, 일상 보고서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대외기관은 해당 부처로 문체부를 의미할 것이고, 문체부 장관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A씨는 검찰에 “제한 문서는 문체부 담당 IO(정보원)가 친전 형태로 장관 비서에게 국정원장 명의로 직접 전달하는 문서”라고 진술했다. 문건 상단에 ‘면밀 대처 필요’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에 대해 A씨는 “위 문건 개황에 보면 ‘필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통상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보내는 보고서에는 불경스럽다는 의미에서 ‘필요’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면서 “다른 기관에 보내는 문서라서 위와 같이 표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유 후보자는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없었기 때문에 별도의 수사나 조사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유 후보자 측은 이날 경향신문 질의에도 “(블랙리스트가 없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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