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선 ‘백만장자’ 우파 후보 당선…‘35세’ 최연소 대통령 탄생

최서은 기자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부인이 15일(현지시간)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부인이 15일(현지시간)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추진되면서 치러진 에콰도르 조기 대선에서 역대 최연소인 30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극심한 빈곤과 치안 불안에 시달리는 에콰도르 국민의 선택은 정치 경험이 적은 사업가 출신의 재벌 대통령이었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 결선 투표에서 우파 성향의 국민민주행동(ADN) 소속 다니엘 노보아 아신 후보가 52%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지난 8월 1차 대선 투표에서 10% 포인트 차이로 1위를 차지한 시민혁명운동(RC)의 루이사 곤살레스 후보는 약 48%의 득표를 얻어 역전패했다.

노보아 당선인은 결과가 발표된 뒤 “내일 우리는 새로운 에콰도르를 위한 일을 시작한다”며 “폭력, 부패, 증오로 심각하게 훼손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한 일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987년생인 노보아 당선인은 올해 35세로, 에콰도르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다. 세계 최연소 대통령이기도 하다. 지난 4월 기준 세계 최연소 지도자로 꼽힌 1986년생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보다 연하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겸 모델인 노보아 당선인의 아내 라비니아 발보네시는 25세로, 세계 최연소 퍼스트레이디가 될 예정이다.

노보아 당선인의 아버지는 바나나 재벌로 알려진 알바로 노보아 전 국회의원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알바로 노보아 전 의원은 9억1000만 달러(약 1조2326억원)의 재산을 소유한 억만장자로, 에콰도르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 중 하나로 손꼽힌다. 노보아 전 의원도 대권에 도전했으나 5번의 대선에서 모두 패배했다.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게 됐다.

노보아 가문의 기업은 9000만 달러(약 1219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미납했다는 탈세 혐의와 조세피난처에서 사업을 하며 혜택을 봤다는 의혹, 노동 착취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사업가 출신의 노보아 당선인은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무명에 가깝다. 그는 2021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 처음 등장했다. 지난 8월 1차 대선 전까지는 아무도 그가 결선 투표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5위권 밖이었으나 1차 대선에서 득표율 24%로 ‘깜짝’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부정부패와 빈곤, 폭력과 범죄가 만연한 에콰도르의 유권자들이 정치 경험이 적은 신예 정치인인 노보아 당선인에게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인 곤살레스 후보가 각종 부패 혐의를 받는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는 점도 그의 승리를 이끈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된다.

노보아 당선인은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채워 2025년 5월까지 약 17개월을 재임하게 된다. 라소 대통령은 비리와 부패 의혹으로 국회에서 탄핵을 추진하자 지난 5월 국회 해산권을 발동하고 자신도 퇴진을 약속하는 ‘동반 사망’을 선택해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됐다.

노보아 당선인은 본격적인 정치 입문 2년여 만에 초고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앞으로 짧은 임기 동안 그의 앞에는 커다란 도전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에콰도르 국민의 4분의 1이 빈곤에 시달리고, 어린이의 27%가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릴 정도로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또 마약 갱단과 관련된 폭력 사태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살인‧납치‧강도‧폭동 등 각종 범죄가 일상에 만연하고, 유력 대선 후보시장까지 암살됐을 정도로 치안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우파 성향 라소 대통령의 탄핵 위기로 조기 대선이 치러졌지만, 노보아 후보의 당선으로 에콰도르는 중남미 전역의 ‘핑크타이드’ 물결 속에서도 우파 정권을 이어가게 됐다.

노보아 당선인은 친기업, 세금 감면, 시장 개방, 외국인 투자 장려 등 경제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꼽히지만, 정치 이념은 비교적 유연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파 정책으로 치우쳤던 아버지와 달리 LGBTQ(성소수자) 지지, 교육 강조 등을 내세우며 스스로를 ‘중도 좌파’ 성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보수적인 라소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을 고려한 ‘정치 마케팅’이란 분석도 나온다.

노보아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국과 에콰도르의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비준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최근 자유무역협정(FTA)와 비슷한 SECA 협상 타결을 공표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곤살레스 후보의 경우 외국과의 무역협정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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