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현희 표적 감사’ 대통령실 관여 의혹 진상 밝히라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에 대통령실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감사원 압수수색 영장에 ‘권익위 간부의 제보를 받은 대통령실 비서관이 이를 감사원에 전달했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전 전 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해 대통령실까지 나서 감사를 ‘사주’했다는 ‘하명 감사’ 의혹이 사실이라면 감사원의 독립성을 의심케 한다.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공수처는 영장에 “2022년 7월 권익위 관계자가 A 당시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제보한 내용을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이 전달받은 뒤 공직감찰본부 특별조사국 등에 지시해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감사에 착수토록 했다”고 기재했다. 당초 감사원은 권익위의 내부 제보로 감사가 이뤄졌다고 했으나, 이 과정에 대통령실이 전달 역할을 한 의혹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실이 비위 의혹을 제보받았으면 직접 감찰 지시를 해야 한다. 몰래 감사원에 제보하는 것은 위법·편법 소지가 다분하다. 대통령실 A비서관은 업무 보고상 B간부(제보자)를 만난 사실만 인정하고, 의혹 전달이나 감사원 제보 사실은 부인했다. 공수처가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공수처 영장에는 감사원이 권익위에 전 전 위원장 등이 사퇴하면 감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점이 적시됐다. B간부의 제보가 허위·과장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요청을 한 것이라면 ‘표적 감사’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공수처는 영장에 권익위 B간부와 최 원장, 유 총장에게 공동무고 혐의가 있고, 최 원장과 유 총장은 직권남용 혐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사건의 핵심인물인 유 총장은 공수처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즉각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월북 피살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전 정부 관련 사안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에 나서면서 정치적 중립 훼손 시비를 불러왔다. 정작 본연의 업무에 해당하는 이태원 참사 감사는 1주기가 다 돼서야 뒤늦게 착수했다. 감사원법에는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은 스스로 그 가치를 훼손했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감사원과 ‘짬짜미’를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진위에 따라 정권의 도덕성을 의심해야 할 중차대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공수처는 김진욱 처장의 내년 1월 임기 만료 전에 ‘청부 감사’ ‘표적 감사’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국민 앞에 발표하고, 감사원은 그 수사 결과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최재해 감사원장(왼쪽)과 유병호 사무총장이 13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최재해 감사원장(왼쪽)과 유병호 사무총장이 13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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