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자산 줄줄이 ‘헐값 매각’ 우려…인력 감축도 한계

박상영 기자

한전, 적자해소 자구책 발표

<b>“지분 매각·인력 감축 반대</b>” 한국전력이 자구대책을 발표한 8일 전국전력산업연맹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전의 자구안과 관련해 지분매각 및 인력감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지분 매각·인력 감축 반대” 한국전력이 자구대책을 발표한 8일 전국전력산업연맹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전의 자구안과 관련해 지분매각 및 인력감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5년간 누적 수익 216억원 낸
필리핀 태양광사업 지분부터
한전KDN 지분도 매각 추진
연 2조8천억 재무 개선 예측
‘부채 200조’ 해소 어려울 듯

정부가 8일 발표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조치가 한국전력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 여론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임시방편’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전이 수익을 내는 우량자산 매각까지 자구책에 포함시켜 자칫 손실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한전이 발표한 자구대책은 크게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으로 나뉜다. 우선 한전은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라 정원을 초과하는 488명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2023년 말까지 줄이기로 했다. 여기에 디지털 서비스 확대와 설비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700명 수준의 운영인력을 추가 감축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자산 매각도 추진한다. 국내에서 유일한 전력설비 현장교육 시설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그동안 자구대책에서 제외된 서울 소재 인재개발원도 이번에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전력산업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전KDN 지분 100% 중 20% 매각도 진행한다.

필리핀 칼라타칸 태양광 사업 보유 지분 38%는 모두 팔기로 했다. 칼라타칸 사업은 고정배당금이 확보돼 수익성이 좋고 매각 제한조건이 적어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실제 칼라타칸 사업은 최근 5년간 216억원의 수익을 냈다. 화석연료 비중을 낮추는 차원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매각을 추진한 그동안의 경영 방침과도 어긋난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자구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한전 적자는 연료비 급등에 따른 영향이 큰데 인력을 축소한다고 얼마나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인재들이 외면하는 등 향후 전력산업 생태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일부 대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은 커지게 됐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2만1731GWh(기가와트시) 전력을 사용한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같은 전력량을 쓴다면 2934억원을 더 내야 한다. 한전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기업들이 평균 431만원을 더 부담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전은 이번 인상으로 연간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료비 폭등 등 여파로 현재 200조원대 부채가 쌓인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한전 적자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는 만큼 체질 개선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미국과 유럽 등은 연료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낮추기 위해 태양광, 히트펌프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정부도 보다 공격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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