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소리 커지는데 한국은?

주영재 기자

COP28 두바이서 개막, ‘전 지구적 이행점검’ 공개

주요 산유국 반대에 화석연료 단계 퇴출 합의 촉각

COP28이 열리는 UAE 두바이의 엑스포 시티에 사람들이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COP28이 열리는 UAE 두바이의 엑스포 시티에 사람들이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간경향]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총회)가 11월 30일(현지시각)부터 12월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다. 당사국총회(COP)는 유엔 회원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의 진전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모이는 연례 회의로 기후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다. 첫 번째 COP는 1995년 베를린에서 열렸고, 코로나19가 발발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개최됐다. 교토의정서(COP3), 파리협정(COP21) 등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 방향이 이 회의에서 결정됐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의제는 올해 처음 공개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GST)’이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그간의 전 지구적 차원의 노력을 점검·평가하는 절차다. 파리협정은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부여한 이전 교토의정서 체제와 달리 협정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국가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NDC)’를 설정하도록 했다. 다만 자발적인 참여만으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이행 상황을 정기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반영해 새로운 국가 감축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 ‘성적표’ 공개

이행점검은 파리협정이 체결된 2015년과 각국이 제출한 NDC 달성의 첫 목표인 2030년의 중간 시점인 지점인 2023년을 시작으로, 5년 주기로 진행된다. 이행점검 결과가 합의되면 각국은 이를 반영해 2년 뒤인 2025년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2035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새롭게 제출해야 한다.

이행점검은 ‘전 지구적’이라는 말이 앞에 붙었듯이 개별 국가의 이행을 평가하는 건 아니다. 기후환경 단체 플랜 1.5의 박지혜 변호사는 “따끔하게 개별 국가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유엔 체계라 그렇게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면서 “이번 결과를 반영해 2035년 NDC를 새로 낼 때 진전의 원칙에 따라 더 강한 목표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행점검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과학계·시민사회 등 비당사국 이해관계자 등이 제출한 여러 자료와 의견을 취합하는 데서 시작한다. 자료 취합 절차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시작돼 올해 3월 완료됐다. 그 이후 기술적 평가 단계를 거친다. 취합된 내용을 평가하고 중요한 의제를 중심으로 당사국 간 최종 협상과 승인을 위한 초안을 마련하는 절차로, 종합보고서에 그 결과가 담긴다. 총회 기간 동안 종합보고서를 바탕으로, 어떤 수준에서 최종안을 낼지 정치적 협상과 합의가 진행된다. 이행점검 결과를 각국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비롯해 여타 협상의 모든 측면에 반영할 것인지도 합의해야 한다.

이행점검의 ‘종합 성적표’는 총회를 앞두고 이미 공개됐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지난 9월 8일 공개한 종합보고서에서 현재 각국이 제출한 NDC 상의 배출 수준과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필요한 배출 수준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밝혔다. 각국이 2030년 NDC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그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5℃ 목표를 지키기 위해 배출해야 하는 양에 비해 203억~239억t 많다는 조사 결과가 담겼다. 지금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한 배출 감소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배출량을 43% 줄이기 위해 ‘야망과 긴급성’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환경계획도 지난 11월 20일 발표한 ‘2023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서 비슷한 지적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NDC로는 1.5℃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14%에 불과하며, 그 가능성을 절반의 확률로 높이려면, 2030년까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330억t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2% 증가하면서 574억t을 기록했다. 2030년까지 330억t으로 낮춘다면, 8년 동안 매년 약 6.7%를 줄여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약 7%가 줄었으니, 거의 매년 그 수준의 감소율을 보여야 한다.

COP28이 열리는 UAE 두바이의 엑스포 시티 근처에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유지하자는 문구가 써진 간판이 서있다. AP연합뉴스

COP28이 열리는 UAE 두바이의 엑스포 시티 근처에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유지하자는 문구가 써진 간판이 서있다. AP연합뉴스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논의 속 무탄소연합 띄우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배출량 감소에서 완전히 반등해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운송을 제외하고, 모든 부문에서 증가했는데, 특히 화석연료 연소와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전체 온실가스 증가를 주도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총회에서 재생에너지의 확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또 하나의 중요 논의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COP28 의장국인 UAE와 유럽연합, 미국은 이번 총회 의제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에너지 효율 두 배 증진’을 제안했다.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기본 방향이 합의됐고, 술탄 알 자베르 의장이 당사국에 해당 안건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일본, 캐나다 등이 해당 안건에 지지를 표명했고, 중국도 지난 11월 15일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총회 개막을 전후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참이 예상된다. 주요국을 포함해 60여개 국가가 찬성한 만큼 한국이 서명하지 않을 경우 거센 국제적 비판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COP의 재생에너지 확대안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확대하자는 방안이라 우리나라가 꼭 3배를 늘여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흐름을 비슷하게 따라간다면 현재 수준보다는 크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영국 에너지그룹 BP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세계 에너지 통계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26.3%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6.7%로 꼴찌다. 현재보다 3배 늘린다고 해도 현재의 OECD 평균 정도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기존 30.2%에서 21.6%로 대폭 하향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용량은 2023년 32.8GW에서 2030년 72.7GW로, 3배인 98.4GW에 이르지 못한다. 따라서 한국이 ‘재생에너지 3배 서약’에 동참할 경우 오는 12월 마련될 제11차 전기본 초안에서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소폭 상향할 가능성이 있다.

조은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중국과 인도도 동참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빠질 순 없어 보인다”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화석연료 발전을 우대하는 전력시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석연료 발전소에는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아도 용량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주는 ‘용량요금’과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할 때 화석연료 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한하는 조치를 예로 들었다.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인허가 창구 단일화 등 인프라 개선도 필요하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높은 이유는 (이격거리 규제 등으로 인한) 입지 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인허가 절차가 해외에 대비해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라면서 “유럽은 재생에너지 촉진지구를 지정해 짧으면 9개월 안에 인허가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태양광·풍력 개발에 들어가는 자본조달 비용을 대폭 낮췄다. 정부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데 우린 태양광 감사로 망신 주기를 하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총회에서 한국 주도의 ‘무탄소(CF) 연합’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무탄소 연합은 100% 재생에너지 전기만 사용하는 RE100과 달리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 100% 사용을 표방한다. 하지만 이번 총회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요 의제로 다루는 만큼 무탄소 연합이 큰 관심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석 전문위원은 “한화큐셀이 국내 공장에서 희망퇴직을 받고 생산을 축소하는 반면, 북미 생산 규모는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태양광을 밀어내고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게 만들면서 원전으로 혼자 CF연합을 하겠다는 건 국제적인 웃음거리이자 국제사회에서 어떤 공조도 얻지 못할 청개구리 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합의할지도 관심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반대하고 있어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총회는 당사국 가운데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결의안 채택이 불가능한 만장일치 합의 방식이다. 박지혜 변호사는 “의장국이 산유국이라 지난해보다 더 강화된 표현이 나올지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크다”면서 “산유국들은 배출 자체를 줄이기보다 탄소흡수 기술을 이용해 순배출량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총회를 일주일 앞둔 지난 11월 23일 ‘넷제로 시대 석유와 가스 산업’ 보고서에서 “이제는 진실에 직면해야 할 때”라며 어마어마한 양의 전력과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탄소포집이 기후변화의 해결책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회의 또 다른 쟁점은 지난해 COP27에서 합의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의 구체적인 재원 마련과 운영 방안 등이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후위기로 고통을 겪는 개도국·저개발국들을 선진국들이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금을 마련해야 하는 선진국과 수혜 대상인 개도국·저개발국의 이해관계가 상충해 세부안 도출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COP28에서 손실과 피해 최종 협상을 위한 권고안을 도출하기 위해 전환 위원회가 구성됐다. 다섯 차례 회의 끝에 세계은행을 기금을 운용할 임시 주체로 인정하되, 기금 이사회는 기존 세계은행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기금과 관련한 정책을 설정하도록 했다. 또한 기금의 최소 규모가 연간 1500억달러를 초과해야 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지금까지 유럽연합, 덴마크, UAE가 기금 공여를 약속했고, 미국도 수백만달러 수준에서 공여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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