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에 곧 뜰텐데···’ 극장서 멀어진 발길, ‘곧’이 아니면 돌아올까

김한솔 기자

국회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

프랑스에선 15개월 영화관 독점 공개

영화 관람료가 수익원인 ‘영화발전기금’ 감소

큰 영화만 잘 되는 ‘영화관 독점’ 문제 우려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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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요즘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 그런 탓도 있지만, 영화 한 편을 보러 굳이 영화관까지 가기보단 영화 관람료보다 싼 구독료를 내고 OTT에서 여러 영화를 보는 것을 택하는 이들도 많다. 요즘엔 최신 영화들도 조금만 기다리면 OTT 플랫폼 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홀드백’은 영화가 영화관에 독점적으로 공개되는 기간을 말한다. 최근 국내 영화 산업이 어려워지자 영화계 일각에서는 OTT 시장의 확대로 홀드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홀드백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국민의힘 김승수,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 공동주최로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인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프랑스 등 유럽의 홀드백 논의 사례를 예로 들며 “자국의 영화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 극장을 지키겠다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영화가 넷플릭스에 공개되기까지 36개월의 홀드백 기간을 뒀지만, 지난해 넷플릭스와 협상 끝에 ‘3년 간 연 매출액의 4%’를 프랑스나 유럽 영화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이 기간을 15개월로 줄였다. 노 교수는 “한국영화, 영상산업을 살리는 방법 중 하나가 홀드백”이라며 “이것을 정하는 것이 넷플릭스에 끝없는 열세를 보이고 있는 토종 OTT를 살리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영화 회사, 극장을 배불리는게 아니라 산업 전체에 어떻게 도움이 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OTT 로 영화를 보는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픽사베이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OTT 로 영화를 보는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픽사베이

이날 토론회에는 영화 <범죄도시> 제작사인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범죄도시> <카지노> 의 강윤성 감독도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장 대표는 “영화 제작자로서 압도적 재미를 갖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고,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도 한다”면서 “다만 영화를 비교적으로 효율적으로 저렴하게 볼 수 있다면 압도적 재미를 갖춘 영화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극장을 찾아주실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극장은 어쨌든 정산이 상당히 투명하지만, 넷플릭스는 하도급 계약이나 다름없다. 이익을 콘텐츠 제작자에게 분배해주지 않는다”며 “영화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홀드백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윤성 감독은 영화를 위한 ‘공적기금’들이 줄어드는 문제를 지적했다. 영화발전기금의 유일한 수익은 영화관 입장료의 3%인데, OTT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영화에서는 이런 수익을 전혀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어떤 형식이든 기금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홀드백에 대해서는 ‘시장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현재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OTT 시장으로 쏠려있다 보니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집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 픽사베이

집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 픽사베이

반면 ‘홀드백 법제화’가 자칫 ‘극장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영화별로 극장에서 잘 안되더라도 IPTV나 OTT에서 잘 되는 것들도 있는데, 극장을 중심으로만 규제를 만들면 작은 영화를 배급하는 곳들은 오히려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정 쇼박스 영화사업본부 본부장은 “현재 영화 <서울의 봄>이 잘 되고 있다. 저희는 아주 작은 영화를 개봉 중인데 1주차에도 상영관 확보가 쉽지 않았다. 2주차도 그랬다. 아마 <노량>이 개봉하면 상영관이 없어질 것이다. 만약 극장 독점이 돼서 3~4달간 아무것도 못하면 그런 영화는 만들면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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