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제2의 글렌 굴드’ 올라프손…“시간여행한 바흐와 연주한 느낌”

허진무 기자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 발매 뒤 투어

15일 예술의전당·16일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발매한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이 1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발매한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이 1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유명해진 계기는 1955년 24세에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를 녹음한 음반이었다. 굴드는 악보의 도돌이표를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해석으로 빠른 연주를 펼쳐 음악계에 충격을 줬다. 수많은 피아니스트가 명연을 남겼지만 현재 ‘제2의 글렌 굴드’라는 찬사는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에게 향한다.

올라프손은 1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최고의 건반 음악”이라며 “바흐가 시간여행을 해서 나와 함께 연주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올라프손은 지난 4월 명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DG)과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녹음하고 8월부터 세계 연주 투어를 진행 중이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16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공연한다.

“이번 녹음은 25년 동안 가졌던 꿈을 이룬 결실이에요.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마치 바흐와 공동 창작자가 된 것 같아요. 제 개성을 담아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라프손은 이 음반에서 투명한 서정미가 넘치는 연주를 선보여 일약 바흐 전문가 반열에 올랐다. 올라프손은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변주곡이 가진 다양성과 독특함”이라며 “일종의 태양계처럼 아리아를 중심에 두고 30개의 행성(변주곡)이 둘레를 공전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바흐가 가진 구조와 제가 해석하는 구조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변주곡들의 연결을 최대한 수학적으로 계산하려 했죠. 그런데 녹음하는 첫날 모든 계획을 그냥 버려야겠다고 결심하고 더 즉흥적인 접근 방식으로 연주했어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처음 아리아에 이어 30개의 변주를 펼친 뒤 다시 아리아 연주로 돌아와 끝나는 구성이다. 하나의 주제(아리아)를 변주한 30개의 곡들 하나하나가 특색이 뚜렷해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다는 느낌이 들 만큼 장대하다.

“이 곡을 14세 때 1955년 글렌 굴드 연주로 처음 들었는데 제 모든 감각이 폭발하는 것 같았어요. 바흐는 제게 아주 중요한 선생님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연약함과 강인함,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영향을 줬죠. 매우 특별한 곡인 만큼 녹음하기까지 많이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Vikingur Olafsson - J.S. Bach: Goldberg Variations, BWV 988: Aria (Official Music Video)

올라프손은 소리를 들으면 색깔로 느끼는 ‘색청(色聽) 피아니스트’로 알려졌다. 이날 올라프손은 갈색 양복을 입고서 “저한테는 갈색이 D키(라장조)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이상하죠. 제 두뇌는 그렇게 작동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음악에 어떻게 영향을 줬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음악을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올라프손은 자신의 음반 표지를 직접 디자인한다. 이번 음반 표지에는 자신의 모습을 흑백으로 촬영한 사진을 넣었다. 올라프손은 “흑백 사진으로 2023년인지 1980년인지 시대를 분간할 수 없는 느낌을 내고 싶었다”며 “제가 생각하는 바흐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라프손은 유명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경력 없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재학 시절 콩쿠르에 2회 출전해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했지만 졸업 이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올라프손은 “다른 연주자와 다르게 혼자 시간을 보내며 연주 실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했더니 우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극적인 감정이 들어 싫었어요. 심사위원의 마음에 들려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가로서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올라프손은 “콩쿠르에서 우승한다고 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을 예외 사례로 들었다. “조성진은 예술가로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고, 임윤찬도 훌륭한 피아니스트입니다. 정해진 공식은 없죠. 젊은 연주자가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이 직접 디자인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 표지. 유니버설뮤직 제공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이 직접 디자인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 표지.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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