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의 핵심은 ‘일자리 성별격차’···“미혼 청년 여성 위한 노동개혁 필요”

민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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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20~30대 여성이 겪고 있는 노동시장의 성별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기혼 여성 중심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일·가정 양립 제도가 성평등(젠더중립)적으로 보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9일 펴낸 ‘20~30대 여성의 고용·출산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를 보면, 최근 여성의 혼인·출산 감소는 전 연령층에서 이전보다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2.0 이상을 유지했던 유배우 출산율(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도 1점대로 하락했다. 지금까지는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에 진출하는 연령이 늦어지는 ‘만혼화’로 결혼과 출산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봤는데 아예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노동시장의 성별격차’로 꼽았다. 한국의 20~30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과거보다 증가헸지만 여성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크다. 고용률이 가장 높은 20대 후반에서는 남성보다도 여성의 고용률이 높은데 비정규직 비중과 한시적·시간제 비율도 높다. 30대가 되면 남녀 간 고용률이 역전돼 남성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90% 수준까지 올라가는데 여성의 고용률은 이 시기부터 하락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규모도 성별 간 차가 크다. 2023년 전체 임금근로자 중 남성 정규직의 비중은 70.2%, 비정규직은 29.8%인데 여성은 정규직 54.5%, 비정규직 45.5%로 나타났다.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지속해서 증가한다.

이런 성별 격차 때문에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에 진입한 일부 여성을 제외하고는 자녀 유무가 고용에 큰 영향을 끼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6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여성의 고용률은 2023년 52.3%였고 자녀연령이 7~12세이면 62.6%, 13~17세이면 68.3%를 기록했다. 또 자녀가 1명일 때 가장 고용률이 높고 3명 이상이면 다소 낮았다. 반면 남성의 고용률은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90%에 육박했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한국의 고용·출산 관련 정책은 경력단절 여성이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휴직 등에 집중돼있어 기혼 여성 중심의 여성 고용정책이 대부분”이라며 “청년 여성의 특수한 노동시장 조건과 지위에 특화된 정책이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여성의 고용과 출산을 보장하기 위해선 성평등한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차별적인 채용과 성별 직종 분리 등 이중 노동시장을 완화하고, 승진이나 업무배치 등에서 출산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노동시장의 ‘모성 페널티’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금처럼 여성 중심의 육아휴직 등 수혜자가 대부분 여성인 일·가정 양립제도를 성평등적으로 보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장래인구추계 전망을 내놓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이달 중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저출생 해결을 위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저고위가 준비하고 있는 대책의 핵심도 ‘일·가정 양립’이다. 저고위는 현행 1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를 2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과 육아휴직 급여의 25%를 복직 후 6개월이 지난 후 일괄 지급하는 ‘사후지급 제도’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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