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만에 2.2%로 0.2%포인트 낮춘 것은 내수부진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경기가 어느정도 되살아나겠지만 소비회복세가 더디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건설부문 부진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 역시 상반기에는 3%대에 머무르면서 소비가 크게 활성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또 세계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중국, 일본 등 주요 교역국들의 반등이 생각보다 미약하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2.2% 전망조차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만약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다면 사상 첫 2년연속 1% 성장에 그칠 수도 있다.
정부는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7월(2.4%) 추계치보다 0.2%포인트 낮춘 2.2%로 내놨다. 정부는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 지난해 하반기 내수 시장 침체 흐름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올해 상반기까지 이 같은 양상이 지속될 걸로 봤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수출 부문은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예상 궤도 내에서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국내 소비부분이 작년 3~4분기에서 힘이 약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전망치 하향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과 비교해보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및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과는 같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2.3%) 보다는 낮았다. 한국은행(2.1%)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OECD가 최근 내놓은 국내 잠재성장률(1.9%)보다는 0.3%포인트 높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태라며 2년 연속 경제 성장률이 2%에 못미칠 것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금리, 고물가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실질소득이 정체돼 내수 시장 한파가 지속될 우려가 높다고 내다봤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보고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금리가 얼마나 빨리 하향할거냐, 중국 경제가 얼마나 회복될거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외 여건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며 “2.2%보다 더 떨어질 수 있고, 외국계 투자은행은 1%대를 전망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제 성장률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뎌지면 결국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작년에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정부 지출을 억눌러) 성장률을 낮췄지만 올해도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2% 성장률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면 상·하반기 가릴 것 없이 (정부·여당이) 추경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황 역시 녹록치 않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6%다. 지난해(3.6%)에 비해 더 낮아졌지만 상반기까지는 여전히 3%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은 일부 안정되더라도 이미 오른 물가 탓에 서민들의 부담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교수는“인플레이션은 낮아지지만 한 번 오른 물가 수준은 내리지는 않는다”며 “저성장에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민 고통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