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의 얼굴…그는 또다시 웃을 수 없었다

강은 기자

임금소송 냈던 최병승씨
대법, 임금 일부 지급 판결

부당해고 복직 후 대기발령
사측 결정엔 “위법 아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의 얼굴…그는 또다시 웃을 수 없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사측의 불법 파견 인정을 요구하며 철탑 농성을 벌였던 최병승씨(사진)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에서 대법원이 해고 기간의 임금을 일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대법원은 최씨가 2013년 복직한 이후 다시 해고되기까지 결근한 기간의 임금은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차의 대기발령 조치가 위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씨 측은 대법원이 최씨가 다시 해고될 빌미를 제공했다며 반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4일 현대차 노동자 최씨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등소송에서 미지급 임금 4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013년 최씨가 복직한 후 대기발령에 반발해 출근하지 않은 기간의 임금까지 인정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돌려받을 임금은 파기환송심에서 재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현대차에서 두 번 해고됐다. 그는 2002년 3월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 하청업체에 입사해 정규직화 투쟁을 벌이다 2005년 2월 해고됐다.

최씨는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으나 각하됐고 이후 법원에 소송도 제기했다. 2010년 대법원은 최씨가 현대차에서 불법 파견 형태로 일했으며 최씨와 현대차 사이에 직접고용 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 판결은 2012년 2월 확정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2012년 5월 최씨가 부당해고됐다고 인정하고 현대차에 최씨의 원직복직을 명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2013년 1월 복직한 최씨를 대기발령했다. 이에 반발해 출근을 거부했던 최씨는 2016년 12월 무단결근을 이유로 다시 해고됐다.

이번 임금소송은 최씨가 현대차 정규직이라는 2010년 대법원 판단이 나온 후 2011년 제기한 것이다. 1차 해고에 대해서는 중노위 판단까지 나온 터라 2차 해고를 둘러싼 상황이 쟁점이 됐다. 최씨는 1차 해고 이후 1차 복직까지의 임금뿐만 아니라 대기발령 조치 이후 결근한 기간의 임금도 추가로 청구했다. 또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서 정한 부당징계 가산금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2005년 최씨의 1차 해고를 무효로 보면서도 출근 거부 기간의 임금에 대해서는 엇갈린 판결을 내놨다. 1심 재판부는 최씨가 대기발령 이후 결근한 기간에 대한 임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기간의 임금 또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과 달리 밀린 임금에 대한 가산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지급액수를 8억4000만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낮췄다.

대법원은 현대차의 대기발령 조치가 위법하지 않기 때문에 이후 최씨가 출근을 거부한 기간의 임금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밀린 임금에 대한 가산금 역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최씨가 받는 임금은 2005년 1차 해고부터 2013년 1차 복직 전까지 총 8년치 정규직 임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 측은 이번 판결로 ‘복직-해고’의 굴레가 반복될 것을 우려했다. 대법원이 현대차의 대기발령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해 2차 해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최씨의 대리를 맡은 정기호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2013년 현대차는 최씨의 복직이 비정규직 투쟁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해서 대기발령 조치했다”면서 “대법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정당화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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