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운명의 한 주 시작…민진·국민 접전 속 이번 주가 승부 분수령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와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민중당 커원저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6일 각각 신베이시와 타오위안시, 타이중시에서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AFP·로이터연합뉴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와 미·중 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 대만 총통 선거가 운명의 한 주를 맞았다. 오는 13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은 지난 주말 총력 유세전을 펼치며 막바지 표심 잡기에 나섰다.

제16대 대만 총통·부총통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주말을 맞아 지난 6일 세 후보 진영이 기세를 잡기 위한 치열한 선거전을 벌였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7일 보도했다. 이날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후보와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총통 후보는 신베이(新北)시에서 격돌했다. 신베이는 허우 후보가 재선 시장으로 있는 그의 텃밭이다. 이곳에서 허우 후보는 “반드시 선거에 이길 것”이라며 ‘집토끼’ 단속에 주력했다. 이에 맞서 라이 후보는 신베이에 이어 허우 후보의 고향인 자이(嘉義)현에서 민진당 입법위원 후보들을 지원하며 상대 후보 텃밭 공략에 나섰다.

라이 후보는 타이중(臺中)에서 제2야당인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와도 맞붙었다. 라이 후보는 이날 저녁 타이중 유세에서 “대만을 수호하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열쇠를 넘겨받아 민중을 차에 태우고 민주·평화의 길을 향해 함께 가겠다”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커 후보 역시 비슷한 시각 타이중에서 유세전을 펴며 “중부에서 이기면 선거에서 이긴다”며 “13일에 반드시 투표해달라”고 지지자들의 결집을 촉구했다.

대만 총통 선거는 오는 13일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총통 선거는 민진당과 국민당, 민중당의 3파전이다. 지난 3일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직전 발표된 마지막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선거는 ‘2강 1약’의 구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 연합보가 지난 2일 발표한 조사(오차범위 ±2.8%포인트)에서 민진당 라이 후보와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 후보 지지율은 32%로 국민당 허우 총통 후보와 자오샤오캉(趙少康) 부총통 후보(27%)에 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민중당 커 총통 후보와 우신잉(吳欣盈) 부총통 후보 지지율은 21%였다. ET투데이가 같은 날 발표한 조사 (오차범위 ±2.48%포인트)에서는 라이·샤오 후보가 38.9%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허우·자오 후보 35.8%, 커·우 후보 22.4%의 순이었다.

민진당과 국민당이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남은 한 주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남은 한 주 대만 총통 선거를 겨냥한 중국의 행동과 20∼30대 젊은 층의 표심을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중국은 선거를 앞두고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나들고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잇따라 대만 상공으로 날려 보내며 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중국 비행물체가 계속 대만 주변에서 목격되자 “중국 풍선의 주요 목적은 회색지대 전술을 사용해 대만 민심과 사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중국도 역효과를 우려해 선거 전 강도 높은 압박이나 군사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반중과 친중으로 양극단화된 민진당과 국민당의 전통적인 대결 구도에 싫증을 느낀 젊은 유권자들이 제3지대에 있는 민중당에 눈을 돌리면서 커 후보가 막판 뒷심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민진당은 중국과의 정치 문제와는 별개로 임금 정체와 집값 급등 등 청년들의 주요 관심사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며 “그들의 투표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는 대만 총통 선거가 가져올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성현 조지 HW 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은 6일(현지시간) 대만 총통 선거와 관련해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국민당이 승리하면 양안 관계는 안정될 것이며 이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군사적 충돌 위험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은 국민당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로 받아들이며 대만과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반대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승리는 양안 관계를 상당히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민진당의 승리가 미국에게는 전략적 자산이자 중국에 대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언뜻 중국에 불리해 보이는 민진당의 승리는 시진핑 정권이 그들을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국민통합과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면서 내부적으로 권력을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