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아버지처럼 쫓겨난다” 갈라선 마르코스·두테르테

하노이 | 김서영 순회특파원

중간선거와 개헌 및 28년 대선 앞두고

지지기반 강화 움직임 속 이해관계 충돌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필리핀 다바오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필리핀 다바오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필리핀 정계를 양분하는 마르코스 집안과 두테르테 집안의 분열상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하나의 팀’으로 뭉쳤던 양 집안이 다가오는 선거와 개헌 문제를 둘러싸고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래플러와 AFP통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다바오에서 열린 집회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당신은 위험한 길로 접어들고 있다. 당신의 아버지가 겪었던 일(축출)을 겪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마르코스 대통령이 6년 단임제인 대통령 임기 제한을 없애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한다는 의혹을 두고 한 비판이다. 개헌을 계속 진행했다간 20년 독재 끝에 1986년 ‘피플파워’로 쫓겨난 아버지 마르코스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현재 헌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만약 고집을 부린다면 당신은 말라카냥(대통령 관저)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의 아들 세바스티안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 또한 마르코스 대통령을 향해 “게으르고 무능하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현 정부가 범죄 대응책을 완화하는 바람에 범죄가 늘었고, 필리핀이 친중에서 친미로 돌아서며 안보가 위험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자기 보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가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두테르테 집안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같은 배를 탄 ‘한 팀’이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는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뛰었으며 현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직도 맡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새로운 필리핀’ 선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새로운 필리핀’ 선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이들은 2022년 대선 직후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내년 중간선거, 개헌, 2028년 대선 등을 앞두고 세력 다툼을 벌이며 본격적으로 갈라섰다. 각자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한 탓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임기 제한을 없애는 개헌에 성공할 경우 다음 대선에서 세바스티안 두테르테 시장의 출마 전망에 영향을 미친다.

이날 양측은 각각 다바오와 마닐라에서 세를 과시했다. 래플러에 따르면 다바오에서 열린 두테르테 지지 집회에는 1만7000명 가량이 모였다. 같은 날 마닐라에서는 마르코스 대통령이 참석한 ‘새로운 필리핀’ 선포 행사가 열렸다. 대통령 공보실은 이 행사에 40만명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강하게, 경제를 건전하게 만들려면 단결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등 사이에 낀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겸 교육부 장관은 마닐라 행사에 참가했다가 다바오로 이동해야 했다.

두 집안의 갈등에 진보 정당 아크바얀은 성명을 내 “지배 엘리트들 사이의 왕조 전쟁은 단지 그들의 정치적 왕조와 이익을 공고히할 뿐, 필리핀 국민의 긴급한 요구는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프랑코 필리핀대 교수는 “이는 더이상 ‘한 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이라고 AFP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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