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홍정 6·15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오늘 결과지로 좌절하지 않아···통일은 버릴 수 없는 꿈”

박은경 기자

김정은, 통일 개념 삭제하고 6·15 북측위 해소

김정은도 전쟁·민족 경험없는 분단 3세대

통일 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증대

전체 의견 수렴해 새로운 방향 정할 것

이홍정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이홍정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해소되면서 나머지 두 축인 남측위원회와 해외측위원회란 명칭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됐죠. 저희로선 굉장히 절망스러운 상황입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 남측위) 사무실에서 만난 이홍정 상임대표의장은 현 상황에 대해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높아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 속에 지난해 1월 취임한 이 의장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일’과 ‘동족’ 개념을 지우겠다고 선포하면서 ‘설상가상’ 상황을 맞았다. 북한이 6·15북측위 뿐 아니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북측본부 등 북측 단체들을 정리해 ‘짝’을 잃게 된 남측 단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해산을 선포했지만 6·15 남측위는 유지로 입장을 정했다. 지난달 31일 총회를 열고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이 의장은 인터뷰에서 “6·15 정신이 담고 있는 평화통일에 대한 노선과 약속들은 지켜나가야 한다”면서 “북측위 해소 결정 때문에 6·15 공동선언 실천 자체를 청산할 수는 없다. 조직을 더 단단하게 삼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달 말부터 내달 초까지 지역 순회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은 평화를 위한 정치 환경을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됐다”면서 “한국의 어떤 정권도 한반도 평화를 역행할 수 없고 접경지역 위기 해소를 위한 행동 등 다각적 방향으로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의장과의 일문일답.

- 현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고 6·15 정신 계승 의지에 대한 열매로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공동위원회’의 3자 협력구도(남측·북측·해외측 위원회)가 2005년 탄생했다. 6·15 시대라고 하는 통일 한국의 비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상대적으로 6·15 정신이 약화됐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개로 6·15를 ‘판문점 선언’으로 대체해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됐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으면서 결국 남북 양측 정권의 승인·공조 하에 시작됐던 6·15공동위는 북측위의 해소로 남측위 명칭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된, 굉장히 절망스러운 상황이다.”

이홍정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이홍정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지난 1월 31일 총회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전반적 기조는 북측위 해소 결정 때문에 6·15 공동선언 실천을 그냥 청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남북교류를 중심으로 한 통일 운동을 관행적으로 지속하는 것도 무의미하니 새로운 통일 운동을 구성해야 한는데 의견을 모았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북측이 동족 개념을 삭제했다고 해도 7·4 공동성명의 조국 통일 3대 노선인 ‘자주·평화·민족 대단결’은 복원돼야 하는 약속이라 생각한다. 적대적으로 전환된 두 국가 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시켜야 될 책임이 시민사회 통일운동에 부여됐다. 두 국가 관계에서 볼 때 외교적 유산이 바로 6·15공동선언(김대중-김정일), 10·4공동선언(노무현-김정일), 4·27판문점선언 및 9·19평양선언(문재인-김정은)이고 이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평화 공존과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관계로 전환시키기 위한 그루터기이자 남은 자들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 지역 참여 단체까지 400여개, 공동 대표도 100명이 넘는 큰 조직인데향후 어떤 방식으로 개편 방향을 설정할 것인가

“상반기 중에, 가급적 6·15 공동선언 기념일(6월15일)에 맞춰 새 조직을 출범하려고 한다. 평화통일의 주권자 의식 함양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풀뿌리 통일 운동을 하는 지역본부이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 지역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미 10여개 지역 일정이 잡혔다. 지역 간담회에서 모은 의견과 주요 회원단체들의 의견을 같이 경청하면서 향후 상임대표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김정은도 전쟁과 민족 경험 못한 분단 3세대···분단의식의 사회화 심각해 평화 교육 중요성 커져

- 범민련은 해체 선언했는데, 통일 운동 단체들의 활동 방향은?

“남남 갈등이라는 소위 분단 의식의 사회화가 심각하다. 이분법적 분단 의식을 평화 공존과 상생의 의식으로 바꾸는 데 있어 평화 교육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민족 개념을 삭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소위 분단 3세대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고 민족의식 경험치가 부족한 사람이 남북을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이다. 우리 청년 세대도 분단의 심각성이나 통일에 대한 사명감이 옅다. 단순히 민족주의 호소만으론 부족하다. 분단의 필연적 결과인 전쟁 위기, 사회 불안, 냉전 의식을 극복하고 분단 구조를 철폐해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이에 대한 결과로 지정학적 평화와 지경학적 편익들이 함께 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리는 방향이 돼야 한다. 최근 남북 접경 지역이 국지전 촉발 위기 지역으로 전락해 전쟁 위기 해소를 위한 행동도 하고 있다. 접경 지역의 작은 불씨가 전면적·국제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이런 불씨를 잘 관리하는 일에 관심 갖고 있다.”

-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지금은 소위 평화를 위한 정치 환경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돼버렸다. 현 정부에서는 남북 교류가 막혔을 뿐 아니라 한·미·일 동맹구조를 강화하고 고강도 군사훈련을 빈번하게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응해 핵·미사일 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또 남측은 다시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소위 전쟁 위기를 공유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의 어떤 정권이든 헌법에 명기돼있는 평화 지향성을 반드시 지켜야된다.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는 그야말로 거짓 실수라고 본다. 신냉전적 동맹 구조가 아니라 북·중·러도 함께 참여하는 동아시아의 공동 평화안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정권이라도 대한민국 헌법에 명기된 평화 지향성을 지켜야

- 윤석열 정부 들어서 6·15남측위 회원 단체에 탈퇴 압박도 있었다고 들었다.

“몇몇 주요 단체들이 6·15남측위 회원을 유지하면 정부 지원에 불이익이 있을 것 같다는 암시를 계속 받으면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실제 탈퇴했다.”

- 또 다른 축인 해외측위는 어떻게 되나

“해외측 사무국을 일본 쪽에서 맡고 있는데 통일부가 싫어하는 단체도 포함돼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측위 대표들과도 다 접촉해 논의할 예정이다. 적어도 소통이 가능한 남측위와 해외측위는 긴밀히 논의하면서 향후 방향을 정해야 한다. 해외측위의 자율성을 유지하되 새롭게 탄생하는 남측 조직에 연대체로 참여해 국제성을 더 강화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국제성을 강화해 유엔의 NGO(비정부기구)로 참여하는 방안이 열렸으면 한다는 의견이 총회에서 나왔고 많이 공감했다.”

- 앞으로 계획은

“총회 참석자 한 분이 ‘그동안 조금 더 결단력있게 행동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막급이다. 당장 결정적 행동에 임해야 된다’고 다짐하시더라.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더 힘을 내시는 분들도 많다. 통일 운동에 헌신해온 이들은 오늘의 결과지만 들고 좌절하지는 않는다. 통일은 우리가 버릴 수 없는 꿈이고, 그루터기인 우리들이 어떻게든 복원하고 회생시켜 꽃나무에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한다. 좌절하거나 포기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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