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독일 국빈방문 나흘 앞 연기, 무슨 사정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독일·덴마크 순방 출국을 돌연 연기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독일 국빈방문, 덴마크 공식방문을 할 예정이었으나 14일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순방은 정부가 발표한 적 없지만, 몇주 전부터 대통령실과 관련 정부 부처·재계 단체 사이에 공유돼 있었다. 언론사도 양국 발표 때까지 보도 자제에 동의했다.

정부가 정상의 해외 방문 일정을 임박한 시점에 연기한 건 이례적이다. 2015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전염병에 대응한다며 미국 방문을 나흘 앞두고 연기한 사례 정도가 떠오른다. 게다가 독일 방문은 지난해 한·독 수교 140주년 축하 행사 연장선에서 추진된 국빈방문이었다. 국빈방문 특성상 양국 정부는 몇달간 일정·의제·의전을 조율해왔다. 최태원 SK 회장을 필두로 경제사절단도 구성됐고, 경제·문화 관련 다양한 부대 행사도 준비된 상태였다. 정부는 이번 순방에서 독일과는 첨단기술 분야 협력, 덴마크와는 제약 바이오 분야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정상 방문 나흘 앞 연기는 매우 중대한 사정이 아닌 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대통령실이 정확한 경위를 밝히지 않아 추측만 무성하다. 김건희 여사 문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빈방문인 만큼 독일 정부는 윤 대통령 부부를 초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으로서는 KBS 대담 이후에도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김 여사 동반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한 김건희 특검법이 이달 말 국회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높은데, 김 여사가 순방에 동행해도 동행하지 않아도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의사 파업이나 한반도 안보 상황 등 국내 현안을 챙기기 위해 순방을 연기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수해 피해가 커지고 있었음에도 굳이 순방 일정을 늘려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전례 등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높지 않다.

어떤 배경이든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상대가 있는 정상외교를 갑자기 연기하는 것은 외교적 사고에 가깝다. 대통령실은 상대국 사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순방을 연기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박 전 대통령조차 “메르스 조기 종식과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5월21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5월21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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