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시민들 “모아이 돌려달라” SNS 캠페인…대영박물관, 댓글 창 폐쇄

최혜린 기자

대영박물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모아이 석상을 반환하라는 칠레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일부 댓글창을 폐쇄했다.

1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최근 대영박물관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모아이를 돌려달라”는 댓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칠레 시민들의 반환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영박물관에는 ‘도둑맞은 친구’라는 뜻인 ‘호아 하카나이아’와 이보다 작은 크기의 ‘하바’ 등 석상 2점이 전시돼 있다. 이 석상들은 칠레의 라파누이섬(이스터섬)에 있었으나 1869년 영국 해군이 약탈해 여왕에게 선물로 바쳤고, 이후 여왕이 이를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영국에 남게 됐다.

모아이 석상 반환 운동은 칠레의 한 인플루언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미케 밀포르트는 최근 쇼트폼 영상 등을 통해 모아이 석상을 꾸준히 언급했다. 더불어 100만명에 이르는 그의 팔로어들에게 ‘모아이 반환’ 댓글 달기를 제안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영국에 유적 반환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확산했다. 그는 최근 게시한 영상에서 “대영박물관의 인스타그램 댓글창은 ‘모아이 반환’을 요구하는 내 팔로어들의 댓글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칠레를 세계에 보여줄 때 모아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며 시민들의 움직임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영박물관은 이 같은 ‘댓글 달기 운동’이 계속되자 일부 게시물의 댓글창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박물관 대변인은 “토론을 환영한다”면서도 균형 잡힌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라파누이 측과 우호적이고 개방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지난 2년간 협력을 지속해왔다고 전했다.

칠레 내부에서도 이 같은 캠페인을 향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라파누이섬의 페드로 에드문즈 파오아 시장은 보리치 대통령의 캠페인 지지 선언을 겨냥해 “우리에게 총체적·정신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을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캠페인을 주도한 밀포르트에 대해서도 “이 상황을 오용하고 있다”면서 진정한 관심보다는 자기 홍보를 목적으로 활동해 유적 반환 문제를 ‘인터넷 밈’으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칠레 라파누이섬에는 1000개가 넘는 모아이 석상이 있다. 이를 신성시하는 토착민들은 석상에 대해 단순한 유물이 아닌 ‘조상의 혼이 담긴 매개체’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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