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품앗이·보험용’ 후원 여전···기업인 고액 후원은 여당에 쏠려

조문희 기자    문광호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국회의원에 대한 기업인들의 300만원 이상 고액 기부는 여당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원이 같은 지역 현역 의원을 후원하는 ‘보험용’ 후원 행태도 눈에 띄었다. 친분 있는 국회의원끼리 후원금을 주고받는 ‘품앗이’ 후원도 여전했다.

경향신문이 27일 중앙선거관위원회에 정보공개 청구해 입수한 ‘국회의원후원회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의원이 모금한 300만원 초과 후원금은 총 70억7611만여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민의힘 의원들은 약 37억1365만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총 31억7654만여원을 받았다. 여당에 더 많은 고액 후원금이 집중된 셈이다. 국민의힘 현역은 113명으로 163명인 민주당의 3분의 2 수준이어서 고액 후원금 집중도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 기업인들의 기부가 쏠리는 듯한 양상이었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정우택·임이자·박진·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에게 500만원씩 보냈고, 김준기 DB그룹 창업 회장의 장녀인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냈다. 박병엽 팬택씨엔아이 회장과 롯데가 일원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500만씩 후원했다.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500만원을 보냈다. 조원일 청주병원장은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친윤석열계’ 대표격으로 꼽히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박도문 대원에스엠피 대표, 성환준 금호전업 대표, 이진용 태화관광대표 등으로부터 총 후원금 1억5000만원을 받아 친윤 중 가장 많은 후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경우 이형석 의원은 김석호 금호건설 부사장과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에게서 각각 500만원을 받았다. 윤학수 장평건설 대표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에게 역시 500만원을 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정의당에서 개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류호정 전 의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후원해 여야를 가리지 않는 후원 행태를 보였다. 구교운 대방건설 회장은 정우택·정희용·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과 한정애 민주당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기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류호정 전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보냈다.

국회의원이 친분이 있는 동료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내는 품앗이 후원 행태도 나타났다. 국민의힘 비례대표인 박대수 의원은 송언석·엄태영·정동만·최춘식 등 같은 당 소속 의원 4명에게 각 500만원을 후원했다. 박 의원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강서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최근 예비후보에서 사퇴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정운천 의원에게 500만원을, 강민국 의원은 조수진 의원에게 500만원을 냈다. 홍장표 전 의원이 권영세 의원에게 500만원, 유기준 전 의원이 동생인 유경준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하는 등 전직 의원들의 후원도 이어졌다.

지방의회 의원이 자신의 지역과 관련이 있는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례도 여럿 확인됐다. 국민의힘 고민서 충북 충주시의원은 같은 지역인 충주 현역의원인 이종배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국민의힘 전정·이강무·장종례 송파구 의원은 같은 당 송파갑 현역인 김웅 의원에게 각 500만원을 후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미화 전 천안시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한 천안을 3선 박완주 의원에게 500만원을 냈다.

지역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 지방의원 공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선 이같은 후원금을 일종의 ‘보험’ 성격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다만 김웅 의원은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미화 전 의원은 지난 1월 사퇴 후 총선 출마를 준비했으나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다.

기업인이면서 직업을 기타, 회사원으로 적거나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에게 후원하면서 직업란을 비워두는 등 제대로 인적사항을 작성하지 않는 행태도 반복됐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후원인은 한 명 국회의원에게 연간 500만원을 초과해 후원할 수 없으며, 300만원 이상 후원자는 고액 후원자로 분류돼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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