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물어보니 “AI 확산, 반도체엔 기회이지만…”

그래픽 | 성덕환 기자 thekhan@kyunghyang.com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한국 기업에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라는 전망이 나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내놓은 분석 결과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0대 상장기업 중 2024년 경영 메시지를 확보한 47곳을 대상으로, 챗GPT를 활용해 업종별 기회와 위험 요인, 올해 경영 전망 등을 분석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챗GPT는 ‘디지털 전환과 AI 확산’을 우리 기업의 기회이자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챗GPT는 기업이 디지털 전환과 AI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현재의 경쟁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기업 인프라와 고객 서비스 등에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한다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챗GPT는 신재생에너지, 그린 수소, 2차전지 등 탄소중립 및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기조 강화가 전통 산업군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대한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 확장도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공급망 재편 및 지정학적 리스크, 고물가·고환율·고유가처럼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디지털 전환 및 AI 도입의 지체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챗GPT가 분석한 기회 요인들은 우리 기업들이 기술에서는 AI와 탄소중립을 주목해야 하고 시장에서는 중국을 대체할 신흥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며 “동시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공급망 재편 등의 위험 요인들을 간과하지 말고 적극 대응해야 함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기회와 위험 요인을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반도체 업종의 경우 ‘고성능 반도체의 시장수요 증가’가 기회 요인으로 분석됐다. AI의 발전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처리속도가 높은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2차전지에서는 ‘전기차의 캐즘(Chasm) 영역 진입’이 리스크로 제시됐다. 캐즘은 첨단기술 제품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대중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뜻한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으로 진입하며 수요가 부진해지면 2차전지 수요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업은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가 위기 요인으로 지목됐는데, 고객층의 변화가 금융 상품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종의 특성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업의 경영 메시지를 기반으로 챗GPT에 올해 기업 전망을 물어보니 절반에 가까운 24곳(49%)이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긍정적일 것이란 응답은 25.5%에 그쳤다. 메시지에 경제 상황에 대한 언급이 부족해 전망을 알 수 없다는 응답도 25.5%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대한상의에서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첫 사례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이미 해외에서는 챗GPT 등 대형언어모델(LLM) 인공지능을 경제, 금융 등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최고 경영자의 메시지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AI를 통해 가공해 경제 분석에 활용한다면 숫자 기반 통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