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구축함 수주 놓고 고발·반박…‘절친’ 김동관·정기선의 ‘전면전’

남지원 기자 somnia@ kyunghyang.com

“군사기밀 훔쳐” “억지 주장”

한화오션·HD현대 갈등 폭발

8조 구축함 수주 놓고 고발·반박…‘절친’ 김동관·정기선의 ‘전면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40·왼쪽 사진)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41·오른쪽)은 재계에서 ‘절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비슷한 데다, 부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서울 장충초 동창으로 학창 시절부터 가까웠던 관계로 전해져서다. ‘최근 경영 전면으로 부상한 젊은 오너 3세’라는 점도 두 사람을 묶는 키워드다.

2016년 김 회장 모친상을 조문한 정 부회장이 취재진에게 “동관이 친구라서 오게 됐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또 김 부회장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정 부회장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최근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관련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재계 서열 10위권 이내의 대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법정다툼을 포함한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다른 산업영역으로 시각을 넓혀봐도 2020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벌인 ‘배터리 대전’ 후 처음이다.

양사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격앙된 상태다. 한화오션은 공개 입장문으로 “직원들을 시켜 군사기밀을 훔치고 꼬리자르기를 했다”고 HD현대중공업을 비난했다. 전날과 이날 각각 서울과 경남에서 설명회를 열고 고발 이유를 설명하는 등 여론전을 펴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수사기록 짜깁기” “억지 주장”이라며 맞대응했다.

특수선 분야 양강인 두 회사의 갈등이 KDDX 수주전을 계기로 폭발한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사업영역이 달라 크게 경쟁할 일이 없었던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특수선 분야에서 피할 수 없는 경쟁을 벌이게 된 셈이다. 한화오션 인수 후 한화와 HD현대는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신경전을 벌였다. 2022년 말 STX중공업 인수전에서도 양사가 경쟁했으나 한화가 빠지는 것으로 결론났다. 지난해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 5·6번함 건조사업에서는 치열한 수주전 끝에 한화오션이 사업을 따냈다. 당시 HD현대는 이에 반발해 방위사업청에 이의를 제기하고 법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각각 가처분 신청과 고충민원을 냈다. 경쟁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이 한화오션의 형사고발이라는 초강수로 이어진 모양새다.

이는 두 회사 모두 KDDX 수주전에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KDDX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한국형 차기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보기 드문 초대형 프로젝트다. 방산을 그룹 주력사업으로 키우려 하는 김 부회장 입장에서는 단숨에 특수선 분야 최강자로 떠오를 기회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인수가 마무리된 후 국제해양방위산업전의 한화오션 전시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했을 정도로 한화오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조선업 호황기에 세계 1위 조선업체로서의 위치를 굳혀야 하는 HD현대 입장에서도 KDDX는 꼭 따내야 하는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KDDX 수주를 꼭 따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절친으로 알려진 두 경영자이지만 당분간 물러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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