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자협회, 폭발사고 현장 취재 차단에 이례적 비판성명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CCTV 보도화면 캡처

CCTV 보도화면 캡처

중국 허베이성 싼허시에서 일어난 폭발사고 현장에서 관영매체 중국중앙(CC)TV 기자가 생중계 도중 쫓겨나자 중국기자협회가 취재와 보도를 막은 당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중국기자협회(중국기협)는 13일 위챗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CCTV 기자가 허베이성 싼허시 옌자오진에서 폭발사고를 취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4분쯤 싼허시 옌자오진의 상가 건물 1층 치킨집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건물이 무너졌다. 영상을 보면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던 CCTV 양하이링 기자는 현지 교통상황을 설명하면서 “500m 떨어진 안전한 곳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건…”이라고 말하는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남성 두 명이 나타나 카메라 렌즈를 가리고 방송을 중단시켰다.

중국기협은 “인터넷에 올라온 또 다른 동영상에는 ‘중앙광파전시총대(CCTV가 소속된 차이나미디어그룹)’ 표시를 단 여성이 ‘우리 CCTV 기자 3명은 10여명에 의해 밀려났다’고 하는 것이 나왔다”고 밝혔다.

중국기협은 “인터넷 영상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세 가지 질문이 있다”며 ‘기자는 취재를 진행해야 하는가’, ‘기자가 혼란을 가중하는가’, ‘한 장의 통고(通稿·보도자료의 중국식 표현)가 진정으로 현장 보도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는 싼허시 당국과 경찰이 한 장짜리 보도자료만 주며 기자의 취재를 막은 이유로 현장의 혼란과 유언비어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기협은 “이런 중대한 공공 안전사고는 민중이 더 많은 정보를 알기를 기대하고, 기자는 전문적인 렌즈로 재난 실제 상황과 구조 경과를 기록함으로써 민중의 우려에 최대한 답하고 유언비어 전파를 막을 수 있다”며 “당연히 현장을 취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자는 혼란을 가중하는 존재가 아니라 윤리규범을 준수한 객관적 보도로 대중의 우려를 해소하고 인민 대중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존재라고 밝혔다.

중국기협은 특히 ‘한 장의 보도자료가 현장 보도를 대체할 수 있는가’란 질문과 관련 “만약 기자가 없다면 대중은 공식 발표 보도자료를 보거나 인터넷에 널리 퍼진 각종 정보를 보는데, 공식 보도자료는 세세하지 않고, 인터넷 정보는 유언비어가 퍼지는 데 취약해 매체가 정보를 보완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중대 돌발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된 정부는 전력으로 수색·구조를 전개하는 것 외에도 기자의 취재에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며 “대중의 반응을 통제하기 위해 간단히 난폭하게 기자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기자들이 당국을 비판하는 집단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국의 보도자료나 공식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중국 매체 대다수의 관행이었다. 1937년 창립된 중국기자협회는 중국공산당이 지도하는 전국구 단체로, 회원기관(언론사 포함)은 지난해 기준 총 219개사가 있다.

최근 중국에선 취재현장이 제한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시에 있는 한 중학교 체육관 천장이 무너져 학생과 교사 등 11명이 사망했을 때 현지 당국은 사고 현장이 보이지 않도록 가림막을 쳤다.

싼허시 당국은 이튿날 성명을 내고 “현장에서 가스누출 위험이 있었고 구조 작업반과 취재기자 간 의견의 차이를 조율하지 못했다”며 깊이 교훈으로 새기겠다고 사과했다.

시 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로 7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사고원인은 가스누출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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