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싶은데 안 보인다…차별금지법 공약

배시은 기자

시민단체 “총선서 논의 실종”

녹색정의당·진보당만 거론

성소수자·이주민 정책 희박

일부 후보는 되레 차별 발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지난 2월 1일 국회 정문 앞에서 개최한 ‘2024 국회의원 선거 10대 성소수자 인권과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과제가 적힌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지난 2월 1일 국회 정문 앞에서 개최한 ‘2024 국회의원 선거 10대 성소수자 인권과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과제가 적힌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22대 총선 공식선거운동이 한창이지만 정치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논의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주요 정당 공약과 정부 정책에서 성소수자·이주민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관련 내용이 빠져 있고 다양성 의제는 찾아보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각 정당이 내세운 공약을 살펴보면 국회 원내정당 가운데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책 공약으로 내세운 곳은 녹색정의당과 진보당뿐이다.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당정책에서 차별금지법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겠다’라거나 ‘채용 성차별 처벌 규정을 강화하겠다’며 일부 차별 시정 제도 마련을 약속하는 데 그쳤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달 25일 정당 9곳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한 성소수자 인권 과제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보냈지만 민주당·국민의힘·새로운미래·개혁신당·조국혁신당에서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무지개행동은 정책질의에 응답한 녹색정의당·새진보연합·진보당·노동당 등 4곳과 정책협약을 맺었다. 이호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정치권이 종교계 표를 잡기 위해 선거가 다가오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견해를 바꾸는 것 같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에 따라 사회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주요 입법과제로 추진했고 이후 국회가 바뀔 때마다 입법 발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종교단체 등이 법 조항에 포함된 ‘성적 다양성’을 문제 삼아 반발해왔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무관심은 정부 기관도 마찬가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할 독립보고서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 내용을 삭제해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도 차별금지법 관련 내용은 없었다. 법무부는 2012년부터 차별금지법을 추진과제에서 제외시켰다.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은 일부 총선 후보자의 발언이나 과거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서울 중랑을 지역에 출마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 교구협의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차별금지법에 대해 “교회의 우려와 걱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원내대표를 할 때 논의가 급진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조정을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인 2022년에 차별금지법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13번에 배치된 조배숙 후보는 지난해 1월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1인 시위에 참가했다. 조 후보는 당시 기독교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차별금지법이란 제목만 보고 굉장히 좋은 법이라 생각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절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될 위험한 법”이라며 “차별을 해선 안 되겠지만 이것이 지나쳐서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의 토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고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국회가 보수 개신교의 눈치를 보며 표 계산을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고 개탄했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 의원은 “지금도 이주민·여성·노동자·장애인들이 일상의 온갖 차별을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이번 총선에 대해 “차별금지법뿐 아니라 인권 정책이 전무한 수준”이라며 “선거 때만 되면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혐오 발언이 나오는 상황 자체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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