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안전 검토 안 해…송도 103층 타워 제동

박준철 기자

인천공항 인접한 ‘항공로’ 위치…관계기관 협의 진행 중

2007년 인천타워 추진 때부터 비행기 운항 안전성 우려

영종도 리조트 카지노도 ‘취소’…인천 ‘행정 미숙’ 반복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개발 조감도. 이곳에는 103층이 넘는 초고층 랜드마크 타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블루코어컨소시엄 제공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개발 조감도. 이곳에는 103층이 넘는 초고층 랜드마크 타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블루코어컨소시엄 제공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103층 이상 초고층으로 짓기로 한 랜드마크 타워 건립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미흡한 행정 준비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은 서울지방항공청(서항청), 국방부 등 관계기관과 송도 6·8공구 랜드마크 타워 구상이 인천국제공항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지난해 5월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주)블루코어컨소시엄은 ‘송도 6·8공구 개발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사업시행예정자인 블루코어는 송도 128만㎡ 부지에 2032년까지 랜드마크 타워를 비롯해 대관람차, 해상 전망대, 18홀 골프장 등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규모는 7조6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의 상징인 타워는 103층, 420m 이상 높이로 건립하되 구체적인 층수와 높이 등 설계는 국제 디자인 공모로 확정할 방침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로 예정됐던 국제 공모는 발주도 하지 못한 상태다. 사업 부지에 대한 항공기 운항 안전성 검토가 끝나지 않은 탓이다.

블루코어 관계자는 “인천경제청에서 서항청과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랜드마크 타워 층수와 높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 않아 국제 디자인 공모 지침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 초고층 타워는 구상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사업이다. 2007년 151층 규모로 추진된 ‘인천타워’ 계획이 무산된 후 2022년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123층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높은 건축물’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다시 구체화됐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송도 주민들의 151층 요구안과 절충해 103층 이상의 타워 건립을 확정하고 공모 절차를 밟기로 했다.

문제는 항공기 운항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다. 인천공항과 인접한 송도 상공은 항공기가 다니는 ‘항공로’다. 앞서 ‘인천타워’ 추진 당시에도 항공 안전성 우려가 불거졌는데 사전 검토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인천은 국제공항 주변 고도제한뿐 아니라 군부대 시설도 많아 개발사업은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서항청 관계자는 “송도는 인천공항 활주로 반경 4㎞ 밖에 있어 고도제한 구역은 아니지만 항공로에 해당하는 만큼 초고층 타워 건립이 회항, 비상착륙 등 안전 운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에서는 미흡한 행정 준비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영종도 골든테라시티(옛 미단시티) 복합리조트는 지난달 17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 취소 통보를 받았다. 대공방어 협조 구역 안에 있어 높이 100m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데 인천경제청과 인천도시공사가 이 사실을 모르고 2017년 최고 27층, 150m 높이의 복합리조트를 허용했다.

이에 국방부는 리조트를 건설하려면 부지 뒤편 금산(167m) 정상의 미사일 레이더 기지에 49m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천도시공사는 구조물을 완성하는 데만 69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2020년 자금난으로 복합리조트 공사는 중단됐고, 문체부는 리조트에 대한 카지노 사업권을 취소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103층 랜드마크 타워는 사업시행예정자와 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을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법률적으로 사업자가 실시계획 변경을 요청하면 관련 기관과 협의해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인천공항 항공로 문제로 국제 디자인 공모가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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