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당노동행위로 회장까지 구속된 SPC의 민낯

허영인 SPC 회장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동조합 탈퇴 강요 등 혐의로 지난 5일 구속됐다. 검찰은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에서 벌어진 ‘노조 파괴’ 행위가 허 회장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 조합원에게 승진 등에 불이익을 주고, 사측에 친화적인 노조 가입을 지원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정점에 허 회장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건강상 이유로 검찰 조사에 불응한 허 회장에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SPC의 부당노동행위는 역사적 뿌리가 깊다. 2017년 9월 파리바게뜨 매장 한편에서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빵을 만드는 제빵기사에 대한 불법파견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문제가 드러나 큰 물의를 빚었다. 일은 시키되 고용은 하지 않으려는 본사 방침에 따라 가맹점이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제빵기사를 파견받는 형식이었다. 그러면서도 본사는 제빵기사의 출퇴근 시간 관리와 채용·임금·인사 등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했다. 이에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해 불법파견을 확인하고 제빵기사 5378명의 직고용을 지시했다. 그러나 SPC는 직고용을 거부하고 이듬해 1월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 방식을 관철했다. 이때 약속한 본사와 동일한 고용과 처우 개선은 아직도 이행하지 않았다. 형태만 바뀔 뿐, 불법파견→자회사 간접고용→자회사 노조 와해 시도 등으로 노동자를 경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SPC그룹에서 작업장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잦은 것은 이런 후진적 노무관이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20대 청년이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했지만, 회사는 사고 난 기계를 흰 천으로 덮어놓고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지시해 불매운동이 촉발되기도 했다.

국내 1위 제빵업체인 SPC는 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파스쿠찌 등 각종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식품 공룡’이다. 문어발식 경영과 수직계열화로 SPC를 통하지 않고서는 빵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지위에 있지만, 이제는 제발 법만이라도 지켜달라고 요구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반노동행위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의 성장은 자본과 경영자의 경영능력뿐 아니라 노동자의 참여와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업의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노동관이 절실하다.

허영인 SPC 회장. 박민규 선임기자

허영인 SPC 회장.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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