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지원 민간임대 10년 살면 ‘분양전환 우선권’ 준다는데…

심윤지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와 함께 인기가 시들해진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에서 ‘분양전환 우선권’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성동훈 기자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성동훈 기자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신동에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힐스테이트 동탄포레’는 미계약 물량 일부에 대한 잔여세대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단지 입주자모집공고문에는 ‘이 주택은 임차인에게 분양전환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단지는 예상보다 저조한 계약률에 ‘분양전환 우선권’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행사 관계자는 “입주자 모집공고나 표준임대차계약서에는 분양전환과 관련된 내용이 없지만, 최초 입주한 임차인에게 분양권을 먼저 준다는 합의서를 써도 무리가 없다는 취지의 법률 검토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디에트르 더 퍼스트’도 2022년 최초 입주자모집공고 이후 연일 미달 사태를 겪었다. 그러다 최근 마케팅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분양전환 우선권’을 제공한다고 홍보한 후 계약자를 빠르게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진행된 청년 특별공급(전용면적 59㎡) 1가구 추가 모집에는 339가구가 몰렸다. 일반공급도 41가구 모집에 533가구가 몰리며 평균 13대1의 준수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민간 기업이 주택도시기금으로부터 사업비의 70% 이내를 출자받거나 지자체로부터 용적률 규제 완화를 받아 8~10년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대신 최초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85~95%로 싸게 책정해야 한다. 임대료 상한폭도 5%로 제한된다.

임차인이 분양전환을 보장받는다는 규정은 없다. 분양전환을 목적으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양전환 우선권을 ‘제공해선 안 된다’는 명시적인 제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동반 하락으로 ‘저렴한 임대료’라는 메리트를 잃게 된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들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저조한 계약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사업자들이 분양전환 우선권 조건을 내건 배경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정부와 약속한 임대공급기간을 채운 뒤 분양대금으로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라며 “사업 주체 입장에서는 8~10년 후 어차피 분양전환을 해야 하니, 임차인에게 분양전환 우선권을 준다고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년 후 분양가가 예상보다 비싸면 분양을 포기할 수도 있으니, 임차인 입장에서도 선택권이 넓어지는 측면이 있다.

다만 주택도시기금 사업비 출자나 지자체의 용적률 혜택 등 정부 지원을 받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은 분양전환 우선권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도시기금 출자를 받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자와 ‘분양전환 우선권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협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협의 없이 사업자가 임의로 분양전환 우선권을 제공했다면, 향후 입주자가 사업자와의 법적 분쟁이 생겼을때 제도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당사자 간 계약 사항이라도 그보다 우선하는 강행규정이 있다면 이를 따라야 한다”며 “공공이 필요에 따라 정책적 판단을 한다면 합의서도 효력이 없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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