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되게 해줄게” 교장이 교사 성추행 의혹…교육청은 ‘늑장 대응’

김현수 기자
경북교육청 전경. 경북교육청 제공

경북교육청 전경. 경북교육청 제공

경북 안동의 한 중학교 교장이 같은 학교 여교사를 상대로 6개월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교육당국은 정식 수사가 시작됐다는 통보를 받고도 일주일 넘게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안동경찰서는 지난 1일 지역 한 중학교 교장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같은 중학교에 부임한 교사 B씨에게 “장학사가 되도록 도와주겠다”며 신체 특정 부위를 손으로 만지거나 껴안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경찰의 수사개시 통보에도 A·B씨를 분리조치 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2월29일 B씨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뒤 지난 3월4일 첫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다음날(5일) 경북교육청에 수사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통보서에는 A씨의 혐의에 대해서도 적혀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의 경우 수사를 시작하게 되면 관련 기관에 통보하게 돼 있다”며 “성범죄의 경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은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북교육청은 경찰의 통보를 받고도 일주일이 지난 지난 3월12일에서야 A씨를 직위해제했다. 안동교육지원청 성고충심의위원회에 A씨에 대한 신고가 접수(3월4일)되고서도 한참 지나서다.

교육부의 성폭력 가이드에는 학교폭력 등이 발생하면 24시간 이내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조치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한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한다는 공문을 받고도 교육청이 내부적으로 쉬쉬한 것”이라며 “교육청이 적절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아 A씨가 B씨의 집을 찾아가게 만드는 등 2차 가해가 일어나도록 방치했다”고 말했다.

A씨는 안동교육지원청에 신고가 접수된 이후 3일 동안 B씨의 집을 찾아가거나 70여통이 넘는 전화와 문자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북지부는 설명했다.

경북교육청은 A씨와 B씨가 병가·연가 등을 사용해 직장에서 직접 마주치는 상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A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직위해제 등의 조치 없이 교장인 A씨가 연가 사용한 것을 분리조치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피해자인 B씨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병가 사용을 강요당한 것으로 봤다.

전교조 경북지부 측은 “교육청의 해명은 뒤늦게 알아보니 피해자가 병가를 썼으니 분리조치가 됐다는 논리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조만간 경북교육청의 늑장 대응과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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