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상속세 완화 줄줄이 ‘제동’…경제정책 기조 전면 수정 불가피

반기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3.26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3.26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감세와 규제 완화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도 추진 동력을 크게 상실하게 됐다. 의회 권력이 압도적인 야당 우위로 재편되면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 법인세 감면 등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감세정책들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밀어붙이기식 규제 완화와 긴축재정 기조에도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투세 폐지 무산 전망…내년 금투세 시행

여야 간 입장차가 큰 감세 정책은 금투세 폐지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투자로 얻은 수익에 매기는 세금이다. 앞서 여야 합의로 시행이 미뤄져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와 세수 감소를 이유로 폐지에 반대해왔다.

이 밖에도 정부·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기한 연장, 연구개발(R&D)투자 증가분 세액공제율 인상, 상반기 신용카드·전통시장 사용분 소득공제 확대, 노후 자동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 감면 등을 추진했다. 지난 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의원 발의를 통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재차 여소여대 구조가 짜이면서 그간 계류 중이던 감세 법안들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해당 법안들은 5월 말 종료되는 21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정부는 감세안을 오는 7~8월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담아 재입법 해야한다. 민주당의 감세 반대 기조를 감안하면 향후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 밸류업 지원 조치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기업 법인세 감면, 해당 기업 주주들에 대한 배당소득세 인하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일부 품목 부가가치세 완화 및 간이과세 기준 상향도 야당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 상속세 완화 작업도 차질 빚을듯

총선 이후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었던 상속·증여세 완화 역시 차질을 빚게 됐다. 현재 정부는 기존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감세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세 감세 방안 중 하나로, 상속인들이 유산을 물려받을 경우 각자 받은 유산에 각각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유산취득세를 적용하면 세율을 적용하는 대상인 과세표준이 낮아져 상속인의 세 부담이 줄어든다.

앞서 윤 대통령 지난달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많은 기업들이 상속세를 신경 쓰느라 혁신은 커녕 기업 밸류업이나 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상속세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에서 “상속세 부담 완화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며 정부가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상속세 완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당 내부에서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지만 부자감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여당이 개편을 두고 속도전을 벌인다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정부·여당 감세 정책

정부·여당 감세 정책

감세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도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가 대표적이다.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폐지 불투명

앞서 정부는 2035년까지 공시가 비율을 시세 대비 90%까지 끌어올리는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보유세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한 작업이어서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올해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추진하려던 다주택자 중과세율 완화 정책도 추진력을 잃게 됐다.

그간 고수하던 긴축재정 기조에도 균열이 예상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을 공약하고 1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제안했다. 추경이 아니더라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여당의 총선 패배는 그간 정부가 운용한 경제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경제팀에서 책임을 져야한다”며 “국민들이 감세를 비롯한 기존 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 때문에 정부도 예전처럼 무분별한 정책 독주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