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기시다 총리, 야스쿠니 신사에 또 공물 봉납

박용하 기자
일 기시다 총리, 야스쿠니 신사에 또 공물 봉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공물을 봉납했다. 내각의 다른 각료들은 오는 23일까지 직접 참배에 나설 전망이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시작되는 춘계 예대제(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로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 이외에도 누카가 후쿠시로 중의원 의장, 오츠지 히데히사 참의원 의장도 이날 마사카키를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 화분이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본이 제국주의하에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시설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열린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어, 이에 대한 참배는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총리 취임 이후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는 않고, 공물을 봉납해 왔다. 기시다 총리는 23일까지 열리는 올해 춘계 예대제 기간에도 직접 참배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의 봉납은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상황에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전범기업들의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 준 ‘제3자 변제안’을 내놨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의 결정을 반대하지 않은 바 있다.

기시다 총리 이외의 일본 정부 각료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고 있다. 이날은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이 참배했으며, 23일에는 일본의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원들의 참배가 예정돼 있다.

특히 신도 경제재생담당상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이오지마 수비대를 지휘한 구리바야시 다다미치 육군 중장의 외손자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등 강경 우익 성향을 보인 바 있다. 2011년 8월에는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견제하려고 울릉도를 방문하려다 국내 입국이 거절된 바 있다. 그는 이날 야스쿠니 참배 뒤 “나라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일한 분들의 영혼에 대한 존숭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기시다 총리 등이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내거나 참배한 것과 관련해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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