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식품 물가 안정화 추세인데…한국은 왜 오를까

이호준 기자

과일·채소 가격 고공행진에

2월 식료품·음료 6.95% 상승

2년 만에 OECD 평균 웃돌아

<b>고민 깊어지는 장보기</b>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야채 코너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민 깊어지는 장보기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야채 코너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2년여 만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다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잦아들며 주요국 식품물가가 안정화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과일·채소 중심의 신선식품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진 영향이다.

21일 OECD의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웃돌았다.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가 OECD 평균을 넘어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 11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지난 2월 기준 우리나라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통계가 집계된 35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71.12%), 아이슬란드(7.5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전 세계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밀과 천연가스의 세계 최대 수출국, 우크라이나는 세계 3~5위권 밀 수출국이다. 두 나라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다.

2021년까지 5% 수준을 밑돌던 OECD 회원국의 평균 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 16.19%까지 수직상승했고, 한국의 식품 물가도 같은 기간 5~7%를 오르내리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23년을 지나면서 OECD 국가들과 한국의 추이는 달랐다. OECD 국가들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빠르게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7월 3.81%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5~7%대로 올라섰고 2월에는 OECD 평균을 추월했다.

한국의 경우 사과, 배 등 과실류 가격 폭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전체 먹거리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사과 값은 88.2% 올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정부는 당초 후반기로 가면서 물가가 안정되기 시작해 연내 2%대 중반의 물가 상승률에 조기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곳곳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신선식품 물가가 좀처럼 내려앉지 않는 데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에너지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이어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 공습에 나서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국제 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며 ‘강달러’ 현상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환율’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됐다. 고환율은 수입 원재료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가공식품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높다.

정부는 그러나 하반기 물가가 안정적으로 내려가 올해 상승률 2.6%로 수렴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여러 상황은 더 봐야겠지만 근원 물가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하반기 물가는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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