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총선 집권 여당 압승…중국 웃었고, 인도 울었다

손우성 기자

‘친중국’ 성향 PNC, 93석 중 최소 66석 확보

무이주 대통령, 중국 중심 외교 정책 탄력

전통적 우방 인도 “역사와 지리의 힘은 세다”

모하메드 무이즈(오른쪽) 몰디브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수도 말레에서 총선 투표에 참여한 뒤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하메드 무이즈(오른쪽) 몰디브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수도 말레에서 총선 투표에 참여한 뒤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양 몰디브 총선에서 ‘친중국’ 성향의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주변국 우선 정책(NFP)’ 일환으로 몰디브에 공을 들여온 인도는 이번 총선 결과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몰디브를 둘러싼 중국과 인도의 패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치러진 몰디브 총선에서 여당인 몰디브국민회의(PNC)가 전체 93개 지역구 가운데 개표가 마무리된 86곳 중 66곳에서 승리했다. 반면 제1야당인 몰디브민주당(MDP)은 12석을 얻는 데 그쳤다. 몰디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 결과 발표와 공식 비준은 오는 29일쯤 이뤄지는데, PNC는 이미 의회의 3분의 2를 차지해 거대 여당 지위를 예약했다.

몰디브는 인구 52만명의 작은 섬나라지만, 인도양 물류 요충지이자 중국과 인도 등 강대국과 인접해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꼽힌다. 1968년 공화국으로 전환한 뒤 친중·친인도 세력이 번갈아 가며 집권해왔지만, 전통적으로 인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남아시아 지역 안정을 외교 정책 우선순위로 두는 인도는 NFP를 통해 몰디브를 비롯한 네팔, 부탄, 방글라데시 등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몰디브 대선에서 친중 성향의 모하메드 무이주 대통령이 당선되며 양국 관계는 큰 변화를 맞았다. 유세 과정에서 “인도 아웃(India Out)”을 주요 구호로 내걸었던 무이주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인도양 순찰을 위해 인도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한 헬리콥터 2대와 이를 관리하는 인도군 89명의 철수를 요구했다.

올해 1월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인도를 찾는 관례를 깨고 중국을 먼저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일탈’을 감행했다. 이후 중국 기업들이 몰디브에 진출해 도로 등 주요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PNC의 총선 승리로 무이주 대통령의 친중 행보는 가속할 전망이다. 중국은 반색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몰디브와의 협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몰디브 국민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반면 인도는 몰디브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인도 유력 매체 NDTV는 “반인도 성향의 무이주 대통령이 의회를 통해 친중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말레(몰디브 수도)가 베이징(중국 수도)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을 뉴델리(인도 수도)는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이날 몰디브 총선 관련 질문에 “역사와 지리는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닌다”며 “인도와 몰디브 관계는 그 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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