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환경정의 위한 온라인 증언대회’
일본 미나마타병, 체르노빌 원전, 가습기살균제 등 피해자들
“가해 측의 보상뿐 아니라 정부가 나서 의료·교육 지원해야”
“환경 재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경 재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입니다. 환경 참사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참사에 대해 증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 등이 지구의날을 맞아 22일 화상회의 서비스 줌을 이용해 ‘지구촌 환경정의를 위한 피해자 목소리’ 온라인 증언대회를 열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환경 참사 피해자, 유족들은 서로가 겪은 참사 상황에 대해 공유하면서 또 다른 참사의 발생을 막으려면 ‘피해자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환경 참사의 생존자, 유족 등이 모여서 직접 피해를 증언하고,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는 처음 마련됐다.
일본 미나마타병, 인도 보팔 참사, LG화학 인도 참사, 한국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세계 곳곳에서 피해자로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피해자, 유족들은 지구의날을 맞아 ‘시민들에게 환경 참사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것이야말로 사회적인 예방책’이라고 했다.
1987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주변지역 방재작업을 하다 방사능에 노출되고, 이후 유방암에 걸린 우크라이나 과학자 올가 코로미예츠는 이날 “많은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 재난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참사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사고 이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해 측의 보상뿐 아니라 장기적 차원에서 정부의 의료, 교육 지원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 유니언카바이드(현재 다우케미칼)가 인도에서 일으킨 보팔 참사 피해자 바티 바이는 “참사 발생 40년이 지났음에도 가해기업이 여전히 제대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선 정부라도 나서 의료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부모는 사고 당시 가스에 노출되면서 눈이 영구적으로 손상됐고, 아버지는 최근 만성 폐질환으로 사망했다.
보팔 참사는 1984년 12월3일 인도 중부 보팔의 살충제 제조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아이소사이안화메틸이 누출돼 공식 집계상 2250명이 사망하고, 50만명 이상이 피해를 본 사고다.
피해자들은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기나긴 소송에서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투쟁을 이어가야 하는 고충도 공유했다. 1950~1960년대 수은 오염으로 인해 발생했던 일본 미나마타병 피해자 사토 히데키는 “지난 18일 니가타 법원에서 피해 인정을 위한 소송 판결이 나왔는데 주민 45명 중 26명만 인정받고 나머지는 기각당했다”고 했다. 사토는 “진짜 (미나마타병) 환자라서 이기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본 정부는 피해를 인정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2의 보팔 참사로 불리는 LG화학 현지법인 LG폴리머스인디아 스티렌 가스 누출 사고의 피해자 라타는 “2020년 5월7일 사고 때 열 살인 딸을 잃었다”며 “하지만 LG 측은 아무런 배·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인도 중동부의 해안도시 비샤카파트남에 사는 그는 “참사로 적어도 26명이 죽고, 500여명이 병원에 입원했고, 2만명이 대피했음에도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2의 보팔 참사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를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주민도 참석해 나라 전체가 바닷물에 잠겨가고 있다고 증언했다. 몰디브인 모하메드 푸루간은 “지구촌 사람들이 모두 기후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탄소 감축 노력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전 국장인 김록호 박사는 “WHO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1300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한다”며 “이는 안전하지 않고, 건강하지 않은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들 탓이 크다. 사업의 위험을 지역사회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