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3일 시민들의 ‘기후소송’에 대한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의 첫 헌법소원 후 4년1개월여 만이고, 아시아권에선 최초의 기후소송이다. 기후위기의 심각한 현실, 정부의 미진한 대응, 헌재 결정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국내외 시민들이 이 소송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헌재가 전향적 결정으로 정부·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높이고 기후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헌재의 공개변론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제기된 4건의 기후 관련 헌법소원을 병합해 진행됐다. 영유아 62명을 포함해 모두 255명의 시민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쟁점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정책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느냐 하는 것이다. 청구인들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과 비교해 낮고 그 이행도 2028년으로 미뤄져 문제라고 본다.
기후위기는 현실이다. 역대급 산불·폭염·홍수 등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식량·식수난도 심해지고 있다. 기후 영향으로 인한 ‘기후플레이션’이 시민들 삶을 옥죄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대응은 안일함을 넘어 후퇴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감축 목표의 75%를 임기 뒤로 미루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로 줄였고, 총선에 맞춰 그린벨트 대폭 해제 등 토건공약만 쏟아냈다. 국제적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추세와 엇나가는 CF100(원전 포함 무탄소 연료) 정책으로 산업 경쟁력 훼손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
헌재가 극히 제한적으로 채택하는 공개변론을 기후소송에서 연 것은 의미가 깊다. 정부 대처를 헌법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선 이미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등에서 국가 책무를 인정한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지난 9일 스위스의 소극적 기후정책이 여성 노인들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첫번째 책무다. 헌재와 사법부도 예외일 수 없다. 미실현의 위험까지 현실로 바라보고 대비하는 것이 안전의 궁극적 방법론임을 우리 사회는 세월호·이태원·오송 참사 당시 ‘국가의 부재’에서 보았다. 헌재는 기후위기 해결의 전기가 될 기념비적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