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표 예상치 웃돌아 충격
계속된 초엔저 현상도 큰 부담
한은 금리 인하 셈법 복잡해져
얼마 전까지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던 미국이 1분기 성장률은 둔화하고 고물가 현상은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향방이 불투명해지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6%(연율 기준)는 시장 예상치(2.5%)를 크게 밑돈다. 한국처럼 분기 기준으로 환산하면 0.4% 성장에 그친 셈이다.
투자는 지난해 4분기 0.7%에서 올 1분기 3.2%로 증가했지만 소비(3.3%→2.5%)와 정부 지출(4.6%→1.2%)이 부진을 보이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같은 날 공개된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시장에 충격을 줬다. 1분기 PCE물가는 3.4%로 직전 분기(1.8%)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표로 알려진 근원 PCE물가(3.7%)도 예상치(3.4%)를 상회했다.
그간 미국 경제는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줄곧 2%가 넘는 성장률을 보여 ‘골디락스’(물가 하락 중 경기 성장) 경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따르면 물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2022년 2분기(-0.6%) 이후 최저성장률을 보이면서 경기 연착륙은커녕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이 경우 연준은 물가 걱정에 금리를 내리기도, 경기 부진 우려에 금리를 올리지도 못하는 난제에 빠질 수 있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적인 태도가 지속되고 시장금리도 높은 수준을 지속한다면 하반기 경기 둔화 폭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더 커졌다. 28일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에 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42.61%로 지난 19일(31.58%)보다 약 11%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의 셈법은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연준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역대 최대인 한·미 간 기준금리 차를 감안할 때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긴 어렵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에 육박할 정도로 ‘초엔저’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부담이다. 이는 엔화와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