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예술혁명으로 탄생한 걸작들…‘원작’으로 더 깊게 느껴보세요

김종목 기자

미리 살펴보는 ‘초현실주의 거장들: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

살바도르 달리, 아프리카의 인상, 1938, 캔버스에 유채, 91.5 × 117.5㎝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 SACK, Seoul, 2021

살바도르 달리, 아프리카의 인상, 1938, 캔버스에 유채, 91.5 × 117.5㎝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 SACK, Seoul, 2021

‘초현실주의 거장들: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11월27일~3월6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원화(原畵)를 선보인다. 최근 수년간 한국 몇몇 전시는 해외 거장들의 복제본(레플리카)을 내놓았다. ‘초현실주의 거장들’전은 발터 베냐민의 표현을 빌리면 ‘원본의 아우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 작품은 초현실주의 컬렉션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boijmans.nl)의 소장품이다. 보이만스 판뵈닝언은 ‘Mad About Surrealism’(초현실주의에 푹 빠지다)이란 제목으로 2017년 전시를 열었다. 뉴질랜드 웰링턴의 테 파파 통가레 박물관이 지난 6월 ‘초현실주의자 예술’전을 개최했다. 내년 3월 한국 전시가 끝나면 멕시코로 간다.

■ 달리와 마그리트, 뒤샹까지

살바도르 달리, 서랍이 있는 밀로의 비너스, 1936, 혼합재료, 99 × 29.5 × 31.5㎝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 SACK, Seoul, 2021

살바도르 달리, 서랍이 있는 밀로의 비너스, 1936, 혼합재료, 99 × 29.5 × 31.5㎝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 SACK, Seoul, 2021

마그리트·달리·뒤샹 등 거장 작품 망라
달리 ‘아프리카의 인상’ 등 33점 ‘최다’

초현실주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망라한다. 대중이 초현실주의 하면 떠올리는 작가는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다. 두 작가의 작품은 각각 33점, 10점이 나왔다. 대가들의 작품마다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전시 포스터에 들어간 그림인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1937)은 마그리트의 후원자였던 시인 에드워드 제임스의 초상이다. 마그리트는 정작 제임스의 얼굴은 묘사하지 않았다. 거울을 바라보는 제임스의 뒷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마그리트는 이처럼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형상을 현실에 있는 듯한 이미지로 재현하곤 했다. 벽난로 선반에 놓인 책은 거울에 제대로 반영된다. 이 책은 에드거 앨런 포의 장편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이다. 포는 마그리트가 가장 좋아한 작가이다. 그림 속 소설은 불어판인데,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미친 시인 보들레르가 번역했다. ‘붉은 모델 Ⅲ’(1937), ‘그려진 젊음’(1937), ‘유리 집’(1939) 등을 전시한다.

달리의 작품이 가장 많은데,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1936), ‘서랍이 있는 밀로의 비너스’(1936), ‘아프리카의 인상’(1938) 등이다. 1970년 달리의 첫 유럽 회고전이 열린 곳이 보이만스 판뵈닝언이다.

르네 마그리트, 붉은 모델 Ⅲ, 1937, 캔버스에 유채, 183 × 136㎝ ⓒ Rene Magritte,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르네 마그리트, 붉은 모델 Ⅲ, 1937, 캔버스에 유채, 183 × 136㎝ ⓒ Rene Magritte,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르네 마그리트, 그려진 젊음, 1937, 캔버스에 유채, 184 × 136㎝ ⓒ Rene Magritte,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르네 마그리트, 그려진 젊음, 1937, 캔버스에 유채, 184 × 136㎝ ⓒ Rene Magritte,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192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초현실주의는 1930년대 최고조에 이르렀다. 초현실주의 그룹 작가들은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달리와 마그리트의 출품작은 바로 이 시기의 것들이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도 4점이 나왔다. 뒤샹은 초현실주의 창시자인 앙드레 브르통과 함께 여러 차례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를 기획했다. 4점 중 하나가 대표작인 ‘여행 가방 속 상자’(1952)다. 막스 에른스트(15점), 만 레이(13점) 등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작품이 이어진다. 에일린 아거와 리어노라 캐링턴 같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포함했다. 브르통에게 큰 영향을 미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원본(1925년 발행본)도 전시작 중 하나다.

■ 초현실주의 선언과 혁명

마르셀 뒤샹, 여행 가방 속 상자, 1952, 아상블라주, 10.5 × 41 × 38㎝(상자를 닫았을 때) ⓒAssociation Marcel Duchamp,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마르셀 뒤샹, 여행 가방 속 상자, 1952, 아상블라주, 10.5 × 41 × 38㎝(상자를 닫았을 때) ⓒAssociation Marcel Duchamp,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작가 52인 작품 183점 6개 섹션으로 전시
초현실주의 정의·흐름·주요 주제 등 구성

작가 52명의 작품 183점을 6개 섹션에 나눠 구성했다. 1섹션 ‘초현실주의 혁명’에는 브르통의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문’과 1934년 ‘초현실주의란 무엇인가?’ 간행물 등을 전시한다. 1924년 선언문에서 브르통은 초현실주의를 이렇게 정의한다. “순수 상태의 심리적 자동운동으로, 사고의 실제 작용을, 때로는 구두로, 때로는 필기로, 때로는 여타의 모든 수단으로 표현하기를 꾀하는 방법이 된다. 이성이 행사하는 모든 통제가 부재하는 가운데, 미학적이거나 도덕적인 모든 배려에서 벗어난, 사고의 받아쓰기”(<초현실주의 선언>, 황현산 번역, 미메시스). 초현실주의 선언 중 “이 세계는 매우 상대적으로만 사상의 척도가 된다” “이 여름 장미는 파랗다” 같은 브르통의 진술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초현실주의의 기법을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

근현대 미술사는 유파의 계보 흐름을 ‘후기인상주의→야수주의→표현주의→다다이즘→초현실주의→비기하학적 추상’으로 정리한다. ‘2섹션 다다와 초현실주의’는 다다이즘의 여파로 나타난 초현실주의 작품을 다룬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의 자장에 들어간다. 전쟁의 살육과 파괴를 증오하고, 냉소한 다다이스트들은 “자극적인 연극과 춤, 귀에 거슬리는 음악 그리고 비문맥화된 시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고, “ ‘찾아낸 일상용품(Objets trouves: 오브제 트루베)’을 이용한 예술작품으로 아름다움, 이성, 질서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을 뒤흔들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전쟁의 폐허에서 현실 너머의 초현실과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그 아름다움이 3섹션 ‘꿈꾸는 사유’에서 펼쳐진다. “자신의 환각을 실체화해 관객으로 하여금 그림에서 망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달리의 작품을 배치했다. 4섹션 ‘우연과 비합리성’은 이성, 도덕성, 미학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무의식적 사고를 표현한 작품을 내놓았다. 초현실주의자의 중요 주제였던 ‘욕망’이 5섹션 주제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 중 “재봉틀과 해부용 탁자 위의 우산이 우연히 마주치는 것처럼 아름다워”라는 구절을 좋아했다고 한다. 6섹션 ‘기묘한 낯익음’이 로트레아몽의 구절처럼 연관성이 적은 임의의 물체를 한데 모으며 묘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을 배치했다.

■ 모리스의 초현실주의 유형 분류

폴 델보, 붉은 도시, 1944, 캔버스에 유채, 110 × 195㎝ ⓒ Foundation Paul Delvaux, Sint-Idesbald-SABAM Belgium - SACK. Seoul, 2021

폴 델보, 붉은 도시, 1944, 캔버스에 유채, 110 × 195㎝ ⓒ Foundation Paul Delvaux, Sint-Idesbald-SABAM Belgium - SACK. Seoul, 2021

지난 8월 출간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
작가별 5가지 유형으로 분류…전시 이해 도움

지난 8월 번역 출간된 데즈먼드 모리스의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을유문화사)은 이번 걸작전을 관람하는 데 가이드가 될 만한 책이다. <털 없는 원숭이>로 유명한 모리스는 동물학자·생태학자이면서 초현실주의 작가이다. 그는 1948년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에서 ‘구상 대 추상’ ‘환영 대 자동기술’ ‘몽환 대 자유연상’ ‘진실주의 대 절대주의’ 같은 이분법이 너무 포괄적이라며 초현실주의에 관한 다섯 가지 기본 유형을 정리했다.

1. 역설적 초현실주의: 화가는 사실적으로 묘사한 개별 요소들을 불합리하게 배치해 놓은 구도를 보여준다. 예: 르네 마그리트

2. 분위기 초현실주의: 화가는 사실적인 구도를 보여주지만, 장면을 생소할 정도로 강렬하게 묘사하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띠게 한다. 예: 폴 델보

3. 변신적 초현실주의: 화가는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를 그리면서 형태와 색 같은 세세한 것들을 왜곡시킨다. 묘사된 형상은 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원래의 출처를 알아볼 수 있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초현실주의적 상형문자나 다름없다. 예: 호안 미로

4. 생물 형태적 초현실주의: 화가는 구체적인 원천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새로운 형상을 창안하지만, 그 형상은 나름대로 유기체적 특징을 보인다. 예: 이브 탕기

5. 추상적 초현실주의: 화가는 유기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를 보여주지만, 그 형태는 단순한 시각적 패턴의 차원을 넘어설 정도로 상당히 분화돼 있다. 예: 아실 고르키

이번 전시회에는 델보(2점)와 탕기(2점), 미로(1점)의 작품도 전시한다. 모리스는 초현실주의자 대부분은 이런 접근법을 두 가지 이상 택했다고 했다. 에른스트는 시기별로 5가지 유형의 방법을 다 활용했고, 마그리트는 ‘역설적 초현실주의’에만 충실했다고 정리했다.

모리스는 작가들을 브르통의 핵심 집단과의 관계 여부나 초현실주의 운동 지속 여부 등에 따라 ‘공식 초현실주의 화가’ ‘일시적 초현실주의자’ ‘독자적 초현실주의자’ ‘적대적 초현실주의자’ ‘추방된 초현실주의자’ ‘결별한 초현실주의자’ ‘거부된 초현실주의자’ ‘자연적 초현실주의자’의 여덟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보이만스 판뵈닝언은 1849년 설립됐다. 중세부터 21세기까지 네덜란드와 유럽 작가들의 회화, 판화, 조각 등 15만1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약 170년 동안 수집가 1700명으로부터 5만점가량의 작품을 기증받았다. 모더니즘 컬렉션에 집중한 다른 네덜란드 미술관들과 달리 보이만스 판뵈닝언은 1970년대 초부터 초현실주의 작품을 꾸준히 수집해왔다. 세계적인 수준의 초현실주의 컬렉션으로 평가받는다.

■ 교육프로그램과 관람료 지원

이번 전시는 경향신문사와 예술의전당, (주)컬쳐앤아이리더스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과 (주)아티션이 후원한다. 이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미술 전시관람료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인터파크(interpark.com)에서 예매하면 장당 5000원(1인당 4장 2만원까지)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단, 지원사업 예매 티켓은 12월5일(일)까지 사용해야 한다. 평일(화~금) 오전 10시30분, 오후 2시, 오후 4시 일 3회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정은 곧 전시 홈페이지(surrealism2021.modoo.at)에 공개한다.

‘미술관이야기’는 ‘ART STUDIO: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비밀의 방’이라는 주제의 공식 교육프로그램을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사전 수업을 통해 입장 전 배경 이야기로 전시의 큰 틀을 알아보고 스토리텔러와 전시장을 둘러본다. 전시 투어 후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시간을 갖는다. 어린이·성인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홈페이지(www.미술관이야기.com)에서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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