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협력자’ 저자 노왁 “지금 남북한에 가장 필요한 건 용서”

백승찬 기자

엄혹한 자연 속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 더 넓게 말해 생명은 결국 경쟁할 수밖에 없는 걸까. 애덤 스미스, 찰스 다윈, 리처드 도킨스은 모두 이기심 혹은 적자 생존을 키워드로 삼아 인류 문명과 생명의 생존을 해석했다.

마틴 노왁 하버드대 수학·생물학 교수(48)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해 한국에서도 출간된 저서 <초협력자>(사이언스북스)에서 변이, 선택에 이은 진화의 세 번째 규칙을 덧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규칙은 바로 ‘협력’이다. 침팬지, 사자, 개미, 벌 등이 협력한다. 수많은 지구의 종 중에서 2%만이 협력하지만, 이들은 지구 생물량의 50%를 차지한다. 협력이 진화의 필수조건이라는 방증이다.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을 위해 내한한 노왁 교수를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초협력자’ 저자 노왁 “지금 남북한에 가장 필요한 건 용서”

노왁 교수의 ‘협력론’은 생물학을 넘어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남한과 북한은 느리지만 꾸준히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나, 최근 파국의 위기를 맞고 있다. 노왁 교수는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협력을 위해서는 희망, 용서, 관대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희망은 새로운 협력 관계를 시작하는 상황을 만들고, 용서는 과거의 실수를 잊는 것이고, 관대함은 50% 미만만 얻어가도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뜻한다. 노왁 교수는 지금 남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고 말했다.

노왁 교수는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데는 처벌보다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처벌은 보복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는 예를 들어 개인이 개인에게 처벌을 가하는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지 물었다. 그가 2008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의 제목도 ‘승자는 처벌하지 않는다’였다. 사회는 경쟁과 협력의 혼합체와 같지만,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조차 이전 단계에서 협력을 했기 때문에 이겼다.

<초협력자>에는 “네 자신처럼 이웃을 사랑하라”(기독교), “네가 원치 않는 것은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유교) 등 고대로부터 전해진 종교, 철학의 금언들이 등장한다. 노왁 교수가 첨단의 수학, 생물학을 연구해 얻어낸 결론이 고대의 지혜와 맞닿아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는 “과학과 종교의 대화는 아름답다”고 말했다. 실제 하버드대에서 노왁은 신학자, 철학자와 함께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로마 가톨릭의 초대를 받아 진화와 기독교의 관계에 대해 강의한 적도 있다. 그는 기독교와 불교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붓다는 인생에서 고통을 주는 요인을 찾아내 도와주려고 한 심리학자”이며 “종교의 진리에는 수학, 음악같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밑에는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현실’이 있는데, 고대의 종교, 철학이나 현대의 수학이 모두 이 근본적인 현실을 설명하는 언어라고 그는 말했다.

노왁키아(Nowakia)라 불리는 그의 연구실에서는 수학, 생물학, 컴퓨터 과학,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학문의 경계를 넘는 학제적 연구를 하고 있다. 한 분야 학문에서 알아야 할 지식의 양이 많아져 학문 사이의 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노와키아의 실험과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그는 “서로 간에 최대한 관대하게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제 옥스퍼드대 지도교수였던 로버트 메이는 늘 말했습니다. ‘관대해서 지는 경우는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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