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요 네스뵈 “난 북유럽보다 미국문화 영향 강하게 받아”

글 정원식·사진 김영민 기자

‘박쥐’ ‘네메시스’의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 방한

“내가 북유럽 스릴러 작가군에 속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오히려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밋 같은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전통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스노우맨>과 <레드브레스트>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노르웨이 ‘국민작가’ 요 네스뵈가 한국을 찾았다. 그가 창조한 강렬한 개성의 형사 해리 홀레가 등장하는 ‘해리 홀레’ 시리즈는 인구 500만명인 노르웨이에서 400만권 이상 팔렸다. 이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도 2000만부(2012년) 넘게 팔려나가면서 네스뵈를 북유럽 스릴러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해리 홀레’ 시리즈 첫 번째와 네 번째 이야기인 <박쥐>와 <네메시스>(비채)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방한한 그는 28일 서울 성북동 노르웨이 대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미국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미국에서 자란 아버지는 어린 내게 마크 트웨인,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 같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성장기에는 미국의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접했다. 범죄소설로는 1950~1960년대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을 즐겨 읽었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과 미국 대중음악, 미국 영화도 좋아한다.”

[책과 삶]요 네스뵈 “난 북유럽보다 미국문화 영향 강하게 받아”

<박쥐>는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한 오슬로 경찰청 형사 해리 홀레가 연쇄살인범의 흔적을 쫓는 이야기다. 또 <네메시스>는 해리가 오슬로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은행강도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작가는 노르웨이 문학 계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네메시스>가 자신의 작품 중 플롯이 가장 훌륭한 소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네스뵈는 노르웨이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30대 중반까지 저널리스트, 증권중개업자, 록밴드 멤버 등 세 가지 일을 같이했던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부업으로 하던 ‘디 데레’라는 이름의 록밴드 활동이 성공의 정점에 서 있던 1997년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1997년에는 공연을 108회나 할 정도로 밴드 활동을 열심히 했다. 한마디로 미친 듯이 살았다. 그런데 본업을 하면서 밴드 활동도 하다보니 너무 힘들어 오스트레일리아로 휴가를 떠났다. 소설은 휴가를 떠나기 전 출판사에 있던 친구 권유로 쓴 것인데, 정말 출판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원고를 완성하고 오슬로의 직장으로 돌아와 컴퓨터의 전원을 켜면서 깨달았다. ‘증권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다. 이제는 글을 써야 한다’고 말이다. 첫 책 <박쥐>는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평가가 좋았고, 문학상도 받았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됐다. 특히 영미권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그가 하루아침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첫 책으로 북유럽 문학상인 ‘유리열쇠상’을 받은 후 독일과 프랑스에서 책이 번역됐다. 경쟁이 심한 영미권에서는 서서히 입지를 다졌다. 약 10년 동안 영미권에서도 충성도 높은 해리 홀레 팬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내 책의 홍보사절 역할을 해준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번역되지 않은 두 번째 책 <바퀴벌레>가 자신의 작가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밝혔다. <바퀴벌레>는 첫 책이 나온 후 증권 일은 물론이고 밴드 활동마저 그만두고 태국 방콕에서 구상한 소설이다. “작품에 대한 평은 안 좋았지만 내가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전업작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책이다.” 노르웨이에서 16년 전에 출간된 이 소설은 지난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네스뵈는 처음 소설을 썼던 17년 전과 달리 이제는 노르웨이를 넘어 전 세계에 독자층을 갖게 됐지만, 독자들의 기대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친구들 중 매우 까다로운 독자들이 있다. 이 친구들에게서 ‘이번 책은 나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자랑스럽다. 나는 내가 노르웨이를 대표해서 소설을 쓰고 있다거나 독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들을 내가 사는 곳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내가 먹는 음식을 내놓고, 내가 듣는 음악을 들려준 다음 마음에 들면 머물라고 하고 싫으면 떠나라고 하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한 뮤지션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러분에게 간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내게 온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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