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할머니와 행복한 일상을 잊지 않으려는 손주의 기억법

심혜리 기자

우리 할머니가 자꾸만 작아져요

잉카 팝스트 글·메르다드 차에리 그림·이기숙 옮김 | 씨드북 | 64쪽 | 1만2000원

[어린이책]할머니와 행복한 일상을 잊지 않으려는 손주의 기억법

맞벌이하는 엄마·아빠 대신 할머니·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보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아이들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존재의 늙어감을 어떻게 바라볼까. 독일의 작가 잉카 팝스트는 소녀 페피의 눈으로, 하루 종일 붙어 지내는 할머니의 노화와 죽음을 좇는다.

페피는 할머니가 만드는 감자 팬케이크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다. 키가 할머니의 허리에도 닿지 않는 조그만 페피는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 빵에 버터와 초콜릿 크림을 발라 맛있게 먹고, 주말엔 할머니와 TV를 보며 깔깔 웃는다. 페피는 키가 크고 어른인 할머니를 자랑스러워한다. 난로에 넣을 석탄을 가지러 지하실에 내려가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을 보고 올 때도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딸기를 딸 때도 할머니 덕분에 높이 달려있는 맛있는 놈들을 따 먹을 수 있다.

[어린이책]할머니와 행복한 일상을 잊지 않으려는 손주의 기억법

그러던 어느날 조금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 허리에 둘러진 고무줄이 그날은 페피의 목이 아니라 배에 닿았다. 고무줄이 많이 낮아진 것 같았다.

며칠 뒤, 해돋이를 보러 간 원두막에서 할머니는 몸을 굽히지 않아도 원두막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았다.

“할머니, 할머니 키가 자꾸만 작아져요!” 페피의 말에 할머니는 작게 중얼거릴 뿐 오래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할머니는 빨래를 널 때 의자에 올라서야 한다. 볼링을 치던 할머니는 신발이 벗겨진 줄도 모른다. 장을 볼 때 무거운 짐은 페피가 들어야 한다. 페피의 키는 어느덧 할머니의 키를 넘어섰다.

페피는 더 이상 할머니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도, 감자 케이크를 해먹을 수도 없다. 혼란스러운 페피는 희미해져 가는 할머니를 붙잡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찾아낸다.

<우리 할머니가 자꾸만 작아져요>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는 그림책이다.

이란 출신 메르다드 차에리의 담백하고 진솔한 삽화가 이 특별한 이야기를 마음에 더 깊이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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