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적자생존? 이제는 친화력이 ‘갑’이다

김지혜 기자
[책과 삶]적자생존? 이제는 친화력이 ‘갑’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 교양과학 | 396쪽 | 2만2000원

‘자연에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오랜 믿음의 근거,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은 사실 처음 쓰일 때만 해도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춘 자”가 “생존한다”는 동어반복적 서술에 가까웠다. 책은 생존을 위한 적응력의 핵심을 다시 쓴다. 신체적 강인함이 아닌 친화력이 생존의 필수 요소라고 주장하며, 적자생존을 둘러싼 통념을 뒤집는다.

진화인류학자인 저자들은 신체적으로 우월한 네안데르탈인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가 끝까지 살아남은 이유로 ‘친화력’을 꼽는다.

우리는 다른 종과 달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하나의 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을 갖췄고, 이 능력을 통해 “지식을 세대에 세대를 이어 물려”주며 “복합적인 언어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문화와 학습”을 이뤄냈다.

친화력은 ‘자기가축화’를 이룬 모든 종에서 나타난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이 개를 길들인 것이 아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던 늑대들이 인간의 거주지 근처에서 배설물을 먹으며 살아남았고, 이들 사이에서만 일어난 번식으로 친화력 좋은 새로운 종이 탄생했다. 책은 인간 역시 이 같은 자기가축화를 통해 선천적인 친화력을 지닌 종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친화력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지닌 공격성을 이해하는 열쇳말이 된다. 내집단을 향한 친화력이 상승하면 외집단에 대한 적대감이 커진다. 문제는 이 적대감을 부추기는 이들이다. 진화의 오랜 역사는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생존을 도모할 방법을 알고 있다. 타인과 더 만나고, 더 교류하고, 더 다정하게 대할 것. 인간은 여태 그런 식으로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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