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기·승·전·에스트로겐? 현대 의학이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김종목 기자
[책과 삶]기·승·전·에스트로겐? 현대 의학이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미쳐 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하미나 지음
동아시아 | 322쪽 | 1만6000원

책 제목을 보고 ‘꼴페미 X’를 먼저 떠올렸을 법한 이들을 두고 말하자면, 부제는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이다. 딸기(가명)는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렸다. 병원을 전전해 받은 그럴싸한 진단명은 ‘섬유근육통’. 여성이 남성에 비해 8~9배 많다. 의사들은 이 치료에 항우울제도 쓴다. 우울증도 여성의 발병률이 1.5~2배 높다. 턱관절 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99.9%가 여성이다.

‘기-승-전-여성호르몬’. 여성의 증상 호소나 빈도를 ‘징징댄다’는 엄살로 여기거나 ‘여성호르몬 때문’이라고 생물학적 원인으로만 치부한다. ‘히스테리아’ 병명의 어원이 자궁이다. 여성혐오다. 가정폭력과 돌봄노동, 저임금노동에 시달리는 중년 여성이 병원에 가 상담하면 의사는 십중팔구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완경기’로 진단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과정에서 여성의 사회문화적 맥락은 지워진다. 남성 우울을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라고 단순화하진 않는다.

2부 ‘죽거나 우울하지 않고 살 수 있겠니’가 한국 현실을 고발한다. 외도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 회식이 끝나면 성매매 업소로 향하는 같은 직장 남성들…. 그리고 근친 성폭력, 데이트폭력의 사례들이 이어진다. 한 장의 제목은 ‘가난하고 취약한 여자들에게 상어 떼처럼 달려들잖아’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갖은 폭력을 당하고, 심적 고통에 휘말려 헤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저자는 우울증 진단을 받거나 시달리는 20·30대 여성 31명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31명의 옹호자이고 싶어 한다. 저자는 조울증을 겪은 개인 경험도 녹였다. 이런 말하기가 고통의 경감과 연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우울증은 사회문제이고, 공동의 과제다. 저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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