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라는 무게를 이기고 성인이 된 소년...'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백승찬 기자

올해 마지막 마블 신작

과거 시리즈 악당 줄줄이 등장

강렬하거나 새로운 액션은 덜해

파커 심리 묘사하며 성장에 초점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 장면.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정체가 밝혀져 곤경에 처한다. |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 장면.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정체가 밝혀져 곤경에 처한다. | 소니 픽쳐스 제공

마블 코믹스의 수많은 영웅들 중에서도 스파이더맨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평범한 이웃이라는 전제, 때론 치기 어리지만 본디 선량한 성정, 성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청소년 혹은 사회 초년생이라는 설정은 대중이 스파이더맨을 사랑한 주요 이유였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라는 이름으로 마블 히어로들의 세계관이 펼쳐지기 전부터 스파이더맨은 독립적으로 영화화됐다. 2002~2007년 토비 매과이어가 주연한 <스파이더맨> 3부작, 2012년과 2014년 나온 앤드루 가필드 주연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2017·2019년에 이어 15일 개봉하는 톰 홀랜드 주연의 또 다른 3부작이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MCU에 편입돼 <어벤져스> 시리즈 등에도 나왔다.

각기 다른 스파이더맨이 각기 다른 악당들과 싸웠지만, 이들 영화가 어떻게 연계됐는지 설명된 적은 없다. 오랫동안 시리즈를 이어오며 배우를 교체한 대부분의 블록버스터도 마찬가지다. 배우가 교체되면 관객은 이전 시리즈는 잊고 새로운 시리즈의 설정에 적응한다. 과거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은 성인이 돼 취직했는데 다음 영화에서는 왜 다시 고등학생으로 나오는지 묻는 사람은 없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이 물음에 답한다. 야심차게도 과거 <스파이더맨> 시리즈와의 연계 지점을 설정했다. 키워드는 MCU 4기의 핵심인 멀티버스 세계관이다. 멀티버스란 각기 다른 차원의 우주를 의미한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기 다른 우주에 존재해 서로의 존재를 모른다는 설정이다. MCU는 영화와 TV 시리즈를 합해 30편 이상 제작됐다. 최초에 아무리 세계관을 정교하게 설정했다 해도 사건의 전개, 인물의 성격 등에서 충돌하는 지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멀티버스를 도입하면 설정의 모순을 넘어설 수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 장면. 피터 파커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 도움을 청한다. |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 장면. 피터 파커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 도움을 청한다. |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 장면 |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 장면 | 소니 픽쳐스 제공

전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종반부에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정체가 밝혀졌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유명세를 치르는 파커와 가족, 친구들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선정적인 미디어의 공세로 인해 스파이더맨은 악당으로 몰린다. 증거불충분으로 혐의는 벗지만 사법 절차보다 까다로운 여론 재판이 남아있다. 파커는 대중이 자신의 정체를 몰랐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어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찾는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법으로 파커의 소원을 들어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멀티버스가 열려 다른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악당들이 불려온다. <스파이더맨>(2002)의 그린 고블린(윌럼 더포), <스파이더맨2>(2004)의 닥터 옥토퍼스(알프레드 몰리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2014)의 일렉트로(제이미 폭스) 등이다. 스파이더맨은 한꺼번에 나타난 악당들과 맞선다.

옛 <스파이더맨> 시리즈까지 섭렵한 팬이라면 흥분할 만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과거 시리즈에서 악당 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그대로 나왔다. 최장 20년 전 영화에서 맡은 배역이기에 일부 배우의 경우 ‘디에이징’ 특수효과를 활용해 옛 모습을 재현했다. 중반부 이후엔 저도 모르게 박수 치는 관객이 나올 법한 장면도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 장면. 과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악당 닥터 옥토퍼스가 등장한다. |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 장면. 과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악당 닥터 옥토퍼스가 등장한다. |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등장하는 옛 악당 그린 고블린. |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등장하는 옛 악당 그린 고블린. |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등장하는 옛 악당 일렉트로. |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등장하는 옛 악당 일렉트로. | 소니 픽쳐스 제공

<노 웨이 홈>의 목적은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세계관을 통합하는 한편, 시간이 흐르면서 복잡해진 설정들을 새 스파이더맨의 활약을 위해 ‘리셋’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커는 악당들과 호쾌하게 싸워 물리치는 대신, 이들을 하나둘씩 설득하려 한다. 이겨내야 할 강적이 없기에 액션은 새롭거나 강렬하지는 않다. 오히려 파커의 상실감, 감정적 동요, 도덕적 딜레마를 다루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스파이더맨>은 한 소년이 권한을 누릴 뿐 아니라 책임까지 질 줄 아는 남자로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아직 앳된 외모의 홀랜드가 연기해 더욱 가혹해 보이지만, <노 웨이 홈>의 파커 역시 일정 수준의 희생을 감수하는 성인이 된다. 그 결과 돌아갈 집이 없어졌다 하더라도(노 웨이 홈) 파커는 받아들인다.

존 와츠 감독이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파 프롬 홈>에 이어 다시 연출했다. 상영시간 148분, 12세 관람가다. 1개의 쿠키 영상과 내년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의 예고편이 엔딩 크레디트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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