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 아는 ‘사실’과 ‘의견’

김종목 기자

<사실과 의견 그리고 로봇>(마이클 레스, 길벗어린이)은 “한 로봇은 파란색, 한 로봇은 빨간색”을 두고 “사실”이라고 예를 들며 시작한다. “사실이란 진실 또는 거짓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을 말해요. 의견이란 여러분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꼭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이어 묻는다. “초록색은 로봇에 잘 어울리는 색이에요. 이건 사실인가요, 의견인가요?” 사실인지 결정 내릴 수 없을 때는 더 많은 정보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라고 깨우쳐 준다. 초콜릿 맛 아이스크림이 좋은지 같은 의견을 두고 다투지 말라고도 타이른다.

한국 현실이 떠오른다. 정치·사회 부문에서 존중하면 될 의견을 두고 아이스크림 맛으로 싸우는 로봇처럼 다툴 때가 많다. 사실인지 묻는데, 의견을 사실인 양 말하며 타박하는 일도 벌어진다. 섣불리 사실 여부를 판단하거나 불리한 사실은 은폐하고, 유리한 사실만 내세우는 일도 흔하다.

사실·근거를 무시하고, 감각에만 기대 낸 생각과 지식이 억견이다. 한국에선 감정도 더해진 억견이 배척과 배제, 선전 무기로 쓰인다. 와중에 사실로 세운 의견으로 토론해야 할 소수자, 계급, 자본, 환경 같은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언론? 보도 원칙 중 하나가 ‘사실과 의견의 분리’다. 둘을 뒤섞어 호도하는 일은 여전하다. “연봉 7000만 원에도 취준생 ‘안 갈래요’…경영진 ‘충격’”이란 제목의 보도는 전형을 보여준다. 입사하면 바로 7000만원을 줄 듯 제목을 뽑았는데, 기사를 보니 초봉이 아니라 평균 연봉이다. 내 재산을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재산 92억 달러(2022년 ‘포브스’ 기준)와 평균 내면 46억 달러가 된다. 기사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 이도 찾을 수 없다.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교훈을 준다.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은”보다 “어른이 혼자라도 읽어야 할” 책이다. 내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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