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런 페이지’가 엘리엇 페이지가 되기까지

이영경 기자
[책과 삶] ‘엘런 페이지’가 엘리엇 페이지가 되기까지

페이지보이

엘리엇 페이지 지음 | 송섬별 옮김

반비|402쪽|1만8000원

엘리엇 페이지는 오랫동안 영화 <주노>로 기억됐다. 10대에 임신한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아이를 낳기로 하고, 아이를 입양할 양부모를 찾고 학업을 이어간다. 주인공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몸의 변화를 겪는다. 자신의 부모와 아이의 양부모와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아이의 생물학적 아빠인 친구와도 비로소 사랑에 빠진다. 주노는 어느 순간에도 결코 자신을 잃지 않았다. 2020년 트랜스젠더임을 커밍아웃한 엘리엇 페이지의 삶을 생각해보건데, <주노>는 페이지의 인생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주노> <인셉션> 등에 출연한 배우 페이지의 회고록 <페이지보이>가 한국에 번역·출간됐다. 트랜스젠더로서,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엘런 페이지’라는 틀에 갇혀 살아오며 겪은 깊숙한 고통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네 살 때 자신이 ‘남자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페이지에게 자신을 숨기는 ‘연기’는 일상이었다. 연기는 ‘타인이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해방감을 주기도 했지만 ‘여배우’의 틀에 그를 가두는 고통이 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주노>는 해방적인 면이 있었다. 과도하게 여성화되지 않았던 주노 역할은 처음으로 그에게 세트장에서 “약간의 자율성”을 느끼게 했다. “<주노>는 이분법 너머의 공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상징적인 작업이었다.”

책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페이지의 여정을 그린다. 부모의 이른 이혼과 상처, 어린 시절부터 ‘다이크’(레즈비언을 혐오하는 말)란 말을 듣고 혐오를 당한 일, 촬영 현장에서 겪은 성폭력, 커밍아웃 이후 겪어야 했던 혐오와 위협 등 겹겹의 고통을 그린다.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그를 지지해주는 사람과 사랑을 만나는 과정의 기쁨 또한 생생히 담겼다. 유명 배우로서 삶을 낱낱이 공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페이지는 미국 17개 주에서 트랜스젠더 차별 법안이 통과되던 시기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기로 한다. “책은 언제나 나를 도와주었고, 때로는 나를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취약한 면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강한 감동을 준다. 페이지의 이야기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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