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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주저하면서도 타인에게 손 내밀 용기, 또는 온기
    주저하면서도 타인에게 손 내밀 용기, 또는 온기

    자신의 안위 위해 문 걸어 잠그는 대신 다른 방향 향하는 사람들 이야기 개인화되어 있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향한 관심이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 옳은지 질문타인에게 무관심한 사회라고들 한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해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문을 꼭 걸어 잠그는 것이 영리한 것이 되어가는 시대, 김혜진의 <달걀의 온기>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소설집에서 인물들은 주저하고 망설이면서도 타인에게 손을 내민다. 비록 그것이 언제나 아름다운 결말을 맞지는 못하더라도. 제 문을 열어 손을 내미는 그 마음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소설집을 읽어 내려간다.표제작 ‘달걀의 온기’에서 주인공 선희는 투자 사기를 당하고 아버지가 살던 고향집을 처분하러 시골에 내려왔다. 두 오빠 때문에 자신은 늘 집에서 뒷전이었다고 생각하는 선희는 마흔이 되도록 자신이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사기나 당한 것이 결국 어린 시절에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

    22시간 전

  • [책과 삶]12·3 이후 123일, 그리고…아직 닿지 못한 ‘사회대개혁’을 향해
    12·3 이후 123일, 그리고…아직 닿지 못한 ‘사회대개혁’을 향해

    123일. 내란 수괴 윤석열이 12·3 불법계엄을 선포한 뒤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 기간에 67일, 이틀에 한 번꼴로 서울에서는 집회와 시민행진이 열렸다. 시민행진 거리만 도합 145㎞에 달했고, 문화공연도 220여개 열렸다.윤석열 퇴진운동을 주도한 것은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이었다. 비상행동이 6·3 대선 직후까지 6개월간 활동하며 연 크고 작은 집회와 시민행동은 1000회가 넘는다. 집회 참여 연인원은 1000만여명, 시민발언도 1000개 이상 나왔다.책은 탄핵 정국 전후 비상행동의 활동을 기록했다. 전국 각지에서 비상행동이 기획했던 온·오프라인 활동들과 참여자들, 집회 등에서 공개된 주요한 발언들, 윤석열의 구속을 막겠다며 모였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과 지역구까지 기록됐다.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촛불집회는 사회대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

    22시간 전

  • [책과 삶]바퀴벌레야, 난 그저 남들이 싫어하는 널 싫어했던 거야
    바퀴벌레야, 난 그저 남들이 싫어하는 널 싫어했던 거야

    식탁 위로 바퀴벌레 한 마리가 지나간다. 저녁을 먹던 소년은 이를 보고 비명을 지른다.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런데 에필로그에서의 소년은, 저녁 식사 중 나타난 바퀴벌레에게 “늘 환영이야”라고 말한다. 소년에겐 어떤 일이 있던 걸까.소년은 바퀴벌레를 싫어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본다. 바퀴벌레를 발견한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본 뒤 소년은 바퀴벌레가 더럽고 위험하다고 믿기 시작했다. 소년은 자신이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바퀴벌레라고 믿게 된 어떤 것’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선입견 없이 대상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바퀴벌레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보다, 감정이나 기억을 덧씌워 편견 섞인 시선에서 바라보곤 한다.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그렇다. 소년은 항상 자신이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해왔고, 거울 앞에 서면 실망하곤 했다. 그러다 자신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니?” 스스로를 ‘아무도 원치 않는 사람’으로 규정...

    22시간 전

  • [책과 삶]이렇게 유머 넘치는 늙음일 수 있다면
    이렇게 유머 넘치는 늙음일 수 있다면

    잘 싸워주고 든든한 왕언니라는 이미지가 강한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책을 즐겨 읽었던 독자라면 조금은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응, 이런 모습이?” 혹은 “이런 생각을 했다고?” 싶을 만큼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에세이다. 저자 말마따나 “나도 후기 고령자는 처음이라…” 하며 써내려간 성찰의 글들은 유머가 넘치고 따뜻하다. 어려서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낀 고명딸로 자라며 가부장제를 체감했던 그의 소녀 시절은 책과 개만이 친구였다. 꿈도 의욕도 없이 방황하던 대학 시절을 지나고 절망감의 터널을 넘어 학생들을 가르치다 이제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 친구와 선배들을 ‘떠나보내며’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흐트러짐 없고 논리적인 그 어떤 설득보다 훨씬 깊은 공감을 준다.특히 ‘돌봄’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그가 몸의 ‘늙음’에 따르는 감각과 단상들을 툭툭 던져놓는 방식은 세대를 아울러 실체적으로 다가온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개를 키우기엔 너무 나이...

    22시간 전

  • [책과 삶]인간의 ‘자유의지’는 환상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환상이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주체인가, 아니면 정교하게 설계된 생물학적 기계인가. 세계적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는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가장 민감하고도 본질적인 질문에 ‘자유의지는 없다’라는 파격적인 답을 내놓는다.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과 판단은 수많은 선행 요인이 빚어낸 결과에 가깝다.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이 쌓여 ‘나’라는 인생을 만든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1초 전의 신경 신호, 몇시간 전의 호르몬 상태, 유년기의 환경과 태아기의 조건, 수천년에 걸친 유전적 영향이 켜켜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저자는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쏟아내는 동시에 카오스 이론과 양자역학 같은 현대 물리학을 근거로 자유의지를 옹호하려는 시도들을 차례로 격파한다. 겉으론 혼돈처럼 보이는 세계 역시 복잡한 물리법칙 안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인간의 행동 또한 그 거대한 인과관계의 흐름 안에 있다.이 도발적 논의는 ‘책임’과 ‘윤리’라는 화두로...

    22시간 전

  • [책과 삶]이들의 지능을 인간의 잣대로 재지 말라
    이들의 지능을 인간의 잣대로 재지 말라

    인간의 것으로만 치부되는 ‘지능’ 비인간 존재로까지 확장시켜 논의 동물·식물·박테리아에 기계까지 각자 방식으로 관계 맺고 문제해결 자연까지 연결된 ‘집단 지능 정치’ 전 지구적 기후위기 해법으로 제시‘인간다움’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지능이다. 사회 전반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일반인공지능(AGI)’ 역시 인간의 지능과 비슷한 수준의 AI로 정의된다. 많은 지능 테스트는 특정 자극에 인간처럼 반응하는지를 체크하는데, 대표적으로 거울 테스트가 있다. 초기에는 일부 영장류들과 코끼리, 돌고래 등만 테스트를 통과했다. 나머지는 ‘하등’ 동물일까? 동남아에서 관광객에게 행패 부리는 원숭이로 유명한 마카크는 거울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등 자기 인식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눈맞춤이 위협으로 여겨지다보니 회피했다는 반론이 나왔다. 실제 원숭이들은 얼굴보다 엉덩이를 보여주며 소통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원...

    22시간 전

  • [책과 삶]‘언어의 바벨탑’ 꿈꾸다…15세기 지식인의 모험
    ‘언어의 바벨탑’ 꿈꾸다…15세기 지식인의 모험

    청중의 혼을 쏙 빼놓는 연설, 극한 감동을 자아내는 노래,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주문. 이것들이 보유한 공통 요소는 무엇일까. 현대인은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15세기 유럽의 어느 지식인은 실재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여겼다. 그에 따르면 그것은 ‘황홀경의 운율’이며, 더 나아가 개별 언어에 내재한 통합적인 문법이다.그 지식인은 이탈리아 태생의 피코 델라 미란돌라이다.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불렸고, 그리스어·라틴어·아랍어 등 여러 언어에 통달한 천재였다. 그는 언어의 보편 문법은 물론 만물의 기본 원리가 존재한다고 믿었으며, 그것의 실체를 좇았다. 노엄 촘스키가 변형생성문법 이론을 창안하면서 언어의 보편 구조 혹은 문법을 제시한 것보다 수백년 앞선 시도였다. 피코라는 인물의 전기 형식을 띠는 <천사들의 문법>은 르네상스의 열기가 달아오르던 시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문학자의 지적 모험을 담고 있다.피코가 보편 지식을 향해 나아가다 얻은 결과물이 ‘...

    22시간 전

  • [책과 삶]해적, 국가 바깥 ‘대안적 삶’의 설계자들
    해적, 국가 바깥 ‘대안적 삶’의 설계자들

    300년 전 해적의 ‘황금시대’ 조명 전쟁 동원 뒤 일자리 잃은 선원들 저임금·구타·체벌 피해 해적으로 “범죄의 선택” 아닌 노동·생존전략 선장 직접 뽑고, 전체 의사 반영 여성 해적은 전투에도 적극 참여 젠더·계급 제약 넘어서는 공간최근 아시아 곳곳의 반정부 시위 현장에선 낯익은 해적기가 자주 목격됐다. 밀짚모자를 쓴 해골,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가 이끄는 해적단의 깃발이다. 만화 속 세계정부라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밀짚모자 해적단이 고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저항의 상징으로 현실 세계와도 공명하고 있는 셈이다.해적이 저항과 연대의 상징으로 호출되는 이들 장면은 <만국의 악당>이 던지는 질문과도 닿아 있다. “300년도 더 전에 활동했던 범죄자 집단이 왜 여전히 이렇게 인기가 많은가?” 마커스 레디커 피츠버그대 대서양사 석좌교수는 대서양 해적의 ‘황금시대’를 중심으로 해적을 범죄자나 낭...

    2026.04.02 20:01

  • [책과 삶]시작이 필요한 사회에 필연적 종말 찾아든다
    시작이 필요한 사회에 필연적 종말 찾아든다

    아포칼립스는 요한계시록의 영어명으로, 종말이나 대재앙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그래서인지 ‘아포칼립스’라고 하면 어둡고 파괴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생각을 비틀어 아포칼립스를 끝이 아닌 변화로 해석한다. 종말이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시작의 기회라는 것이다.한 문명이 저문다는 것은 그간의 생활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뜻한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근본적으로 새로운 길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억압적인 구조가 해체되며, 유연하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도 한다.이집트 문명의 몰락이 그 사례 중 하나다. 엄격한 계급사회는 이집트 고왕국이 통일된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가뭄이 계속되며 사회 시스템에 금이 갔다. 사람들이 작은 마을로 흩어졌고, 강력한 위계질서가 무너졌다.중세시대 흑사병도 마찬가지다. 학자들은 흑사병 창궐 이후 노동계급의 건강과 불평등이 극적으로 개선됐음을 수도원 유골 발골...

    2026.04.02 19:59

  • [책과 삶]어른들이 만든 기후재앙, 아이들이 들이마셨다
    어른들이 만든 기후재앙, 아이들이 들이마셨다

    소아과 의사가 체감한 기후위기 관련 질병 90%, 5세 미만서 발생 동일한 수준 대기오염·더위라도 몸집 작은 어린이들에겐 치명적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문제제기“우리 어른들이 광기로 만들어낸 세계를 그들의 작은 폐와 심장과 정신으로 온전히 견디고 있었다.”저자인 데브라 헨드릭슨은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근무하는 소아과 의사다. 고지대 사막 지형에 위치해 기후변화에 민감한 리노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는 도시’로 불린다. 기후변화는 저자가 일하는 진료실에도 찾아온다. “한 엄마는 딸이 사시사철 알레르기 비염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아빠는 보통은 선선해지던 9월 말에 아들이 미식축구 연습 도중 일사병으로 쓰러졌다며 놀란다. … 올해 여름에만 진드기에 물린 환자들이 지난 10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병원을 찾아왔다.”갈수록 뜨거워지는 햇빛과 예측할 수 없는 폭우,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산불까지. 일상이 된 기후 재...

    2026.04.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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