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의 미스터리‘로젠한 실험’ 추적기

김지원 기자
[책과 삶] 반세기의 미스터리‘로젠한 실험’ 추적기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수재나 캐헐런 지음 | 장호연 옮김
북하우스 | 500쪽 | 1만9800원

1973년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이 주도한 한 실험이 정신의학계를 뒤흔들었다.

‘가짜 정신병 환자’ 8명이 정신병원에서 조현병 등의 증상을 버젓이 인정받고 입원해 수천개의 약을 투약받은 것이다. 이 가짜 환자들은 교수, 저명한 화가 등 정신병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단지 아주 사소한 연기만으로 정신병원의 문을 뚫을 수 있었다. ‘로젠한 실험’은 정신의학 진단, 치료의 신뢰성을 근간에서 무너뜨리는 실험이었고 대중의 시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수재나 캐헐런은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에서 이 저명한 ‘로젠한 실험’에 대한 정보가 지나치게 불충분하다는 점에 착안하고 집요한 추적을 통해 시계바늘을 50년 전으로 되돌려본다.

왜 이렇게 대단한 성과가 로젠한의 생전에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는가? 가짜 환자들의 정체는 과연 누구인가? 아니, 애초에 가짜 환자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긴 했는가?

저자는 24세에 조현병 오진을 받고 치명적인 위험에 처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을 마주친 사람은 얼핏 ‘로젠한 실험’의 권위에 기대, 현대 정신의학에 얼마나 구멍이 많은지 일침을 날리는 책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로젠한 실험’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의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정신의학계를 둘러싼 논란 속 진정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등의 복잡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한다.

이 책의 영어 원제는 ‘위대한 행세자’(The Great Pretender)다. ‘위대한 행세자’의 이면을 집요한 취재를 통해 폭로하면서도,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한 ‘진실’까지 짚어낸 에필로그는 이 책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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