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했는데 시인이 됐다”

박송이 기자
[금요일의 문장]“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했는데 시인이 됐다”
“한 학년이 끝나는 날에 담임 선생님은 내게 윤동주상을 줬다. 어째서 윤동주였는지 알 수 없다. 어째서 동물사랑상이 아니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긴 노력은 사라졌고 원한 적 없던 선물이 생겼다.” <이듬해 봄-신이인의 3월>(난다) 중에서

어린 시절, 시인은 친구와 학교 앞 리어카에서 햄스터를 한 마리씩 사서 길렀다. 정성껏 키웠지만, 햄스터는 얼마 살지 못하고 죽었다. 슬픔과 책임감이 뒤엉켜 괴로웠다. 이후 그는 동물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들 중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열심히 했다. “말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일기장을 펼쳐 내가 얼마나 동물을 사랑하는지 썼다.” 과일을 넣은 플라스틱통을 들고 들쥐를 찾으려 개천 근처를 돌아다닌 일, 뒷동네에 사는 개 다이아가 집까지 따라왔을 때 고구마를 준 일에 대해서도 썼다.

학년이 끝날 무렵 담임 선생님은 반 학생들에게 각자의 개성을 반영한 상을 주었다. 그는 ‘동물사랑상’을 받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그에게 ‘윤동주상’을 주었다. 어른이 되어 시인이 된 그는 “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했는데 시인이 됐다”고 말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그를 시인이 되게 한 걸까. 아니면 시인의 마음이 있었기에 동물을 좋아했던 걸까.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무작정 따라가보는 것. 그 길 끝에서 “원한 적 없는 선물”을 받는 일은 계산 복잡한 어른들은 누릴 수 없는 어린이들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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