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심사평 “당대 비평의 쟁점과 대면… 패기 단연 두드러져”

홍정선·황종연 문학평론가

응모작 총 33편 가운데 수상작을 제외하고 마지막까지 고려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다음 네 편이다.

<텅 빈 세계를 기록하는 공동의 필경사(筆耕士)-한유주론> <장난감 없는 아이의 세상-심보선론> <반격, 김사과!> <말더듬이 회의주의자의 탄생-박민규론>.

한유주론은 그 작가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를 담았으나 ‘흔적’ ‘탈주’ ‘환대’ ‘타자’ 같은 투어들을 남용하고 있어 미숙하다는 느낌을 금하기 어려웠다.

문학평론을 심사 중인 홍정선(왼쪽), 황종연씨.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문학평론을 심사 중인 홍정선(왼쪽), 황종연씨.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심보선론은 권태로운 아이의 모티브를 단서로 삼아 깔끔한 독해를 보여주었지만 작품 주석 이상의 욕심이 없어 아쉬웠다.

김사과론은 확실한 작품 이해, 재치 있는 해석, 발랄한 문체 등 여러 장점을 갖춘 글이었다. 다만 조리 있는 논증보다 자기도취적 진술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다.

박민규론 역시 응모자의 비평가적 소양을 느끼게 하는 높은 수준의 작가론이었다. 그러나 박민규 소설의 윤리 효과를 논하는 대목에서 유행 중인 철학 담론을 추종하여 무리한 추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당선작은 <종언에 대한 두 가지 처방>. ‘정치적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송경동과 장석원의 시를 검토한 이 글은 작품 해설 이상의 의욕을 가지고 당대 비평의 쟁점과 대면했다는 점, 작품 논평과 이론적 논변을 결합시켜 패기 있게 밀고 갔다는 점에서 단연 두드러졌다. 당선자 이강진씨는 발상과 기술 양면에서 세련되지 못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평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었다. 많은 수련과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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