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고시원’ ‘정의상실’···띄어읽지 않으면 큰일 날 간판들

정용인 기자

[언더그라운드.넷]“일부러 노린 거 아닌가.”

지난 6월 말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잘못 지은 가게 이름들’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대한 누리꾼 반응이다.

취재해보니 글쎄. 그런 것 같진 않다.

‘정의상실’이라는 옷가게는 ‘정의 상실’로 읽힌다.

‘벗고시원’이라는 간판은 ‘벗고 시원’하다라는 ‘착시’를 일으킨다. 밑에 덧붙여진 ‘개인욕실’이라는 고시원 선전이 엉뚱한 상상을 자극하기도 한다.

조금 오싹한 버전도 있다.

‘내동생고기’는 ‘내 동생 고기’로, 가게는 아니지만 천막에 적힌 ‘안동시체육회’라는 문구는 ‘안동 시체 육회’로 읽히기도 한다.

‘농협용인육가공공장’은 공포소설에나 등장하는 ‘인육 가공공장인가’라는 괴기스런 생각이 떠오르게 한다.

실제 있는 간판일까.

‘벗고시원’ ‘정의상실’···띄어읽지 않으면 큰일 날 간판들
‘벗고시원’ ‘정의상실’···띄어읽지 않으면 큰일 날 간판들
출처=인스티즈

출처=인스티즈

‘정 의상실’은 서울 은평구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폐업한 것일까.

캡처된 사진 속 분위기도 오래된 가게로 보인다.

사진 속 전화번호가 있는 내동생고기에 전화해봤다. 받는다. 생고기집이냐는 질문에 어리둥절해했다.

“이 번호 쓴 지 오래되었는데요.”

현재 업종은 부동산으로 바뀌었다. 벌써 4~5년 동안 써온 번호라고 했다. 번호의 전 주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인터넷 유머란에 올라온 걸 보기는 봤습니다. 우리 시만 아니라 다른 데도 다 마찬가지 아닐까요.”

안동시체육회 관계자의 말이다. 안동시와 체육회 폰트를 바꿔 다시 제작하면 오해가 적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시큰둥하게 답했다.

“그 천막을 사용하는 게 몇 년에 한 번 정도인데….” 애써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경기 수원 중원구에 소재한 벗 고시원 관계자는 “전에 운영하던 사장님이 지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간판을 바꿔 달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고시원을 인수할 생각이 있으면 넘기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왈가왈부되는 걸 두고 굳이 바꿔 달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육가공 공장은 경기 용인 처인구에 소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벽에 적혀 있는 공장 이름은 농협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 운영하는 곳은 ‘제주양돈축산업협동조합’이다.

공장 책임자는 “인육 가공공장으로 읽힐 수 있다는 건 전화 받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며 “조만간 외부 도색을 다시 할 생각인데, 오해를 사지 않도록 바꾸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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