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별금지법 지지곡 낸 9와숫자들 "마음을 열어보세요, 문이 열릴거에요"

심윤지 기자
인디밴드 ‘9와 숫자들’은 지난 17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차별금지법 지지의 마음을 담은 곡 ‘오프닝’을 발매했다.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인디밴드 ‘9와 숫자들’은 지난 17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차별금지법 지지의 마음을 담은 곡 ‘오프닝’을 발매했다.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세상 모든 사람들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다 같은 밝기로 빛나.”

어느 것 하나 어렵거나 낯선 단어는 없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곱씹다보면 ‘이런 의미였구나’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담담한 위로 속 묵직한 한 방. 지난 17일 발매된 ‘오프닝’은 ‘9와 숫자들’ 특유의 가사 작법을 그대로 따른다. 이 곡의 한 방이라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것.

‘9와 숫자들’은 2009년 결성된 인디밴드다. 정규 앨범 4개 중 3개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모던록 부문을 수상했을 정도로 인디신에선 잔뼈가 굵다. 차별금지법 지지곡을 쓰기 시작한 건 지난달 중순. 평소 ‘9와 숫자들’ 팬이었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로부터 ‘캠페인에 활용할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였다. 지난 22일 리더 송재경을 전화로 만나 곡 발매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처음엔 자신이 없었어요. 작업기간은 보름 정도로 촉박했고,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일반인 수준밖엔 알지 못해 ‘자격이 있나’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해보고 싶고, 해야겠다는 생각에는 멤버들 모두 이견이 없었어요. 이번 기회에 (법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컸고요.”

리더 송재경은 차별금지법 지지곡을 만들어달라는 활동가들을 제안을 받은 후 “처음엔 자신이 없었지만 해보고 싶고, 해야겠다는 생각에는 멤버들 모두 이견이 없었다”고 했다.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더 송재경은 차별금지법 지지곡을 만들어달라는 활동가들을 제안을 받은 후 “처음엔 자신이 없었지만 해보고 싶고, 해야겠다는 생각에는 멤버들 모두 이견이 없었다”고 했다.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안 수락 후엔 ‘벼락치기’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와 실패의 역사, 법안의 초안 등을 읽어내려갔다. 활동가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법의 쟁점과 반대 측 논리에 대해서도 들었다. 그는 “공부를 할수록 당연히 통과됐어야 할 법이라 느껴졌다”고 했다.

활동가들의 요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밝고 활기찬 곡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9와 숫자들’ 앨범에 실릴 것 같은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주는’ 법이 아니라,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가는’ 법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차별이나 법 같은 직접적인 표현들은 배제하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메시지에 스며들길 바랐다”고 했다.

곡의 제목은 ‘오프닝’. 닫힌 문을 여는 행위이자,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오프닝 곡이 그날 공연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처럼, 이 곡도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새로운 세상의 출발점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필요한 건 ‘오픈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거든요. 정치적 쟁점이 첨예하게 엇갈려서라기보다는 그냥 마음이 꽉 닫힌 사람들 때문에 입법이 좌절돼왔던 것이죠. 이들에게 한 걸음 물러나서 마음을 편하게 먹어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21일부터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오프닝 챌린지’도 시작했다. 크라잉넛, 김목인, 제리케이, 말로 등 뮤지션들도 동참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21일부터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오프닝 챌린지’도 시작했다. 크라잉넛, 김목인, 제리케이, 말로 등 뮤지션들도 동참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21일부터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오프닝 챌린지’도 시작했다. ‘오픈 유어 마인드, 오픈 더 도어’라는 가사에 맞춰 무엇이든 여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송재경은 “크라잉넛, 김목인, 제리케이, 말로 등 친분이 없던 동료 뮤지션들까지 자발적으로 동참해주는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은 지난 14일 10만명 동의를 얻으면서 국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 안건이 됐다. 2007년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던 이 법안은 17·18·19대에 이어 21대 국회의 문을 또 한 번 두드렸다. 이번에는 문을 열 수 있을까. 송재경은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고 했다. “국민 88%가 차별금지법을 찬성한다는 인권위 통계도 있잖아요. 정치권도 ‘눈치게임’을 하며 애매하게 시간만 보내지 말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때라고 봐요.”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