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골목 놀이가 피칠갑 서바이벌로…현대의 잔혹동화 ‘오징어게임’

유경선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오는 17일 공개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하던 놀이가 실제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으로 둔갑하는 섬뜩한 ‘잔혹 동화’다. 456명 중에서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이 되면 456억원이라는 상금을 거머쥘 수 있다는 설정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작으로 총 여섯 종류의 어릴 적 놀이가 피칠갑의 서바이벌로 변한다. 그중에서도 왜 ‘오징어 게임’을 제목으로 삼았냐는 질문에 황동혁 감독은 15일 오전 화상 기자회견에서 “어릴 때 골목에서 하던 놀이 중 가장 격렬하고 육체적인 놀이”라며 “현대 경쟁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게임”이라고 답했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은 10년 전 ‘희망퇴직’을 당했다. 치킨집·분식집도 차례로 망했고, 변변한 직업 하나 없이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쫓겨 산다. 조상우(박해수)는 기훈과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아는 동생’이자 서울대를 졸업한 동네의 자랑이다.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잘못된 선택으로 큰 투자금 손실을 떠안은 상태다. 이밖에도 조직의 돈을 까먹은 조폭 등 다양한 이유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게임장에 모였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15일 화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화면 캡처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15일 화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화면 캡처

삶의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탈락(죽음)’을 딛고 거액을 차지하려는 게 게임의 과정이다. 그런데 게임장은 분홍·연두·노랑 등 화사한 색깔을 입고 있고, 드라마 중간에는 경쾌하기 이를 데 없는 왈츠곡이 흘러나온다. 참가자들의 현실과 대비가 두드러진다. 황 감독은 “다른 서바이벌물은 공간 자체가 이미 공포를 자아낸다”며 어릴 적 게임이 등장하는 만큼 “아이들이 뛰어놀게 만든 색감”을 세트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시청자들도 이미 경쟁에 지쳐버린 현대인들이지만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이 비현실적인 서바이벌을 다룬 만큼 오히려 가볍게 관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시청자가) 직접 경쟁하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하는 경쟁”이라며 “부담 없이 극한의 경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사회 경쟁의 단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2009년에 이미 대본을 완성했다는 황 감독은 “당시만 해도 낯설고 어렵고 잔인해서 상업성이 있겠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10년 후 다시 이야기를 꺼내보니 ‘코인 열풍’처럼 일확천금을 노리는 게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게임물이 어울리는 세상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기후위기니 뭐니 하며 30년 안에 인류가 위기에 봉착한다고 하는데, 지금 사는 게 이미 서바이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작품의 ‘동심 파괴’ 전개가 넷플릭스라서 가능했다고 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수위에 제약을 두고 있지 않아서 창작자로서 자유롭고 편하게 작업했다”면서도 “폭력이나 잔인함을 과장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기존 서바이벌물과의 차별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즐겼던 게임이 등장하는 만큼 “게임을 이해하거나 해법을 찾는 데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서 “게임보다 사람에 집중할 수 있는 서바이벌”이라는 것이다. 또 그는 승자보다 패자에 주목하는 작품이라며 “패자의 역할이 없다면 승자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했다.

이정재는 성기훈 캐릭터에 대해 “몸이 편찮은 노모를 모시고 사는데 돈벌이가 시원찮으니 걱정이 많다”며 “그 와중에도 낙천적인 성격이라 게임장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목숨도 건다”고 소개했다. 마냥 낙천적인 인물의 성정에 “뇌가 없나” 생각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박해수는 조상우 캐릭터가 “잘못된 선택으로 나락으로 떨어진다”며 “외적인 것보다 심리적으로 변하는 게 많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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